메인 통신 #5 해산물레스토랑 ‘18 Central’에 다녀와서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식당이 오이스터 바(Oyster Bar)인 ’18 Central’이다. 메인주에 도착해 가본 식당 중에서 가장 훌륭했다. 바에서 시켜먹은 굴 세트는 하나를 빼고는 모두 메인주에서 잡은 것이었다(굴마다 원산지를 기반으로 종류가 조금씩 다르고 이름도 있다. Thrumcap, Islesboro; Wheeler’s Bay, St. George; Pemaquid, Damariscotta; Norumbega, Damariscotta; Otter Cove, damariscotta). 메인주가 아닌 곳에서 온 굴은 근처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의 Shiny Sea.
굴의 가격은 1개당 3불이다. 메인요리도 좋지만 전채로 먹는 굴과 해산물이 훌륭하다. 굴과 해산물, 지역 채소를 먹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신선한 식재료는 별 가공이나 조리 없이 그 자체로 좋은 요리가 된다.
18 Central은 셰프인 패트릭 듀피(Patrick Duffy)와 홀을 책임지는 제시카 듀피(Jessica Duffy) 부부가 주인이다. 패트릭 듀피는 보스톤 지역에서 요리사로 활동하다가 이 곳에 식당을 내게 되었는데, 보스턴의 유명 요리사인 고든 해머슬리(Gordon Hamersley), 데이비드 로제토(David Rossetto), 다니엘 드카르피스(Daniel DeCarpis)와 일했다고. 훌륭한 셰프들과 함께 일하면서 갖게 된 요리철학은 ‘fond de cuisine’이라는 프랑스 용어로 압축된다고 한다. 오래동안 끓인 육수가 요리의 기반이 된다는 의미인데 요리에 멋을 부리기 전에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Basic Woodworking 수업의 첫 이틀이 생각났다. 끌 세 자루를 숫돌에 가는 데 꼬박 이틀을 썼기 때문이다. 첫째 날 이 수업을 이끄는 Peter Korn이 시범을 보여줄 때에는 그리 어렵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숫돌에 끌의 날을 가는 작업은 육체적 노동일 뿐 아니라 따분함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이틀 끝무렵에 드디어 선생에게 “굿!”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한숨을 놓았다. 그는 둘째날 수업을 마치면서 학생들에게 기본을 다지는 것이 목공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갈아 놓은 끌이라도 목공 작업을 하면서 다시 무뎌지기에 틈틈히 갈아서 날카롭게 유지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설명했다. 그리고는 인상적인 말을 던졌다. 끌을 갈고 사용하면서 끌이 자신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생각해보라고. 다소 철학적 선문답 같았다. 끌을 갈며 힘들어하고 지겨워하는 내 모습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지난 주 수저 만들기를 가르쳐주었던 인상적인 아티스트인 Joshua Vogel이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하며 “Stay Sharp”라고 적어주었던 것이 생각났다.
요리에서 훌륭한 육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목공에서 끌과 같은 도구들이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것과 똑같다. 자기 분야에서 무엇인가를 이룬 사람들은 나름의 철학이 있고, 또 그 철학은 거의 예외없이 기초의 중요성과 연관이 있다. 이곳에 있는 동안 18 Central에 자주 가서 Kilnwooder라는 칵테일과 신선한 굴을 먹어야겠다.
참고기사: “18 Central Oyster Bar & Grill” by Joe Ricchio, Downeast (https://downeast.com/18-central-rock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