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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하는 일의 영향이 미치는 사람)을 보면서 요리하면

더 맛있는 음식(내가 하는 일의 질)을 만든다는 연구에 대하여

by HER Report

미국 하버드 대학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연구한 라이언 뷰엘, 타미 킴, 치아-정 셰프는 식당에서 손님과 요리사가 서로를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음식과 서비스 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실제 카페테리아에서 식당 손님과 요리사 모두 서로를 보지 못했을 때, 손님만 주방장을 볼 수 있을 때, 요리사만 손님을 볼 수 있었을 때, 그리고 손님과 요리사 모두 서로를 볼 수 있었을 때 네 가지 상황을 만들어 실험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요리사가 손님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음식을 준비했을 때 손님의 만족도가 10% 상승하는 것을 목격했다. 반대로 손님만 요리사를 볼 수 있었을 때에는 서로 보지 못하는 경우와 비교할 때 차이가 없었다. 손님과 요리사 모두가 서로를 볼 수 있을 때에는 어땠을까? 손님의 만족도는 17.3% 올라갔고, 서비스는 13.2% 더 빨라졌다.


이 연구에서 중요한 부분은 일하는 사람(요리사)이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이용하는 사람(식당의 손님)을 자기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요리사들이 보다 책임감을 갖게 되고(미리 만들어 놓고 쓰던 음식을 주문이 들어올 때 마다 자주 만들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이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것을 직접 보게 될 때 자신의 일에 대해 의미를 갖게 되며 이것이 음식과 서비스 질의 향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실제 직장인들은 일로부터 큰 의미나 보람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1만 2천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 가량이 자신의 일이 의미나 중요성이 없다고 느꼈으며, 자신의 일과 회사가 제시하는 사명사이의 연결성을 찾지 못한다고 밝혔다. 142개국, 직장인 23만명 대상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단지 13퍼센트의 직장인들이 실제 자기 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근 들어 “내가 이러려고 직장에서 일을 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직원들이 거리로 나서서 회사와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직장을 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더 나은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오너 일가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일하고 직장에 자부심을 갖기 위한 외침이다. 또 한가지는 매일 컴퓨터를 보고 열심히 일해왔고, 회사의 문화에도 큰 문제는 없었지만, 스스로 의미를 찾지 못해 떠나는 경우다. 회사에서 받던 월급의 절반 정도를 받으면서도 비영리 기구로 떠나거나, 혼자서 여행을 하며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혹은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정부 부처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행복을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인 최인철 교수는 최근 펴낸 <굿라이프>에서 영국 정부가 행복측정을 위해 던지는 네 가지 질문을 소개한다. 전반적으로 요즘 당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당신이 하는 일로부터 얼마나 가치를 느끼는지, 어제 얼마나 행복을 느끼는지, 얼마나 걱정이 많았는지를 묻는다. 최 교수는 이 네 가지 항목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질문으로 “당신이 인생에서 하는 일들이 얼마나 가치 있다고 느끼십니까?”를 꼽았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묻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매일 정신없이 하는 일들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 질문해보자. 어떤 사람은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주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그 의미를 아직 보지 못했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요리사의 연구처럼 내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좋아하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찾아보면 어떨까? 물론 “직장에서 무슨 의미를 찾아?”라고 다소 냉소적인 사람들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남이 세워 놓은’ 직장에서 의미를 찾으라는 말이 아니다. 내 삶에서 깨어 있는 시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내 젊은 시절의 상당한 시간을 차지하는 ‘내 일’로부터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그 자체가 의미있는 일 아닐까?


*위의 글은 2018. 7. 11. 동아일보 [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s://hbr.org/2014/11/cooks-make-tastier-food-when-they-can-see-their-custo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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