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통신 #4 무엇이 ‘핸드메이드’인가?
나무로 수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것은 2015년 영국에서 Nic Webb의 작품을 알게 되면서이다. 그가 만든 수저를 몇 개 사왔는데, 이 수저를 집에서 보다가 문득 이메일을 보냈다. 다음 영국 출장 때 며칠이라도 좋으니 당신에게 배우고 싶다고. 다행스럽게도 승낙을 해주어 두 번에 걸쳐 꽤 긴 시간 그의 스튜디오에서 1:1로 수저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스튜디오 옆에 있는 숲에서 건조되지 않은 생목재(生木材, green wood)를 잘라와 도끼와 조각도만으로 다듬는다. 하지만 서울에서 생목재를 사용하기엔 힘들다. 결국 건조된 목재(dry wood)를 쓰게 되는데, 생목재와는 달리 단단해서 도끼나 칼로만 작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번 Center for Furniture Craftsmanship에서 수저 만드는 수업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건조된 목재 다루는 방법을 배워보고 싶은 것이었다.
건조된 목재를 다룰 때에는 띠톱(band saw)이나 벨트식 사포연삭기(belt sander)와 같은 기계를 사용하게 된다. 손공구와 함께 기계를 쓰면서 어디에서 핸드메이드(handmade)와 기계가 만드는 것(machine made)이 구분디는지 궁금해졌다. 이번 주 수업을 진행한 아티스트 겸 목수 조슈아 보겔이 쓴 책 <The Artful Wooden Spoon>을 읽게 되었는데, 마침 이에 대한 논의를 다루고 있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얻게 된 인사이트 몇 가지.
1. 기계/도구를 사용하는가 아닌가가 핸드메이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재료(materials)와 만드는 사람 사이에 상호작용(interaction)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기계를 세팅해 놓고(가장 극단적인 예는 3D 프린팅일 것이다), 같은 모양의 수저를 계속해서 만든다면 이것은 핸드메이드라 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전동 공구나 기계를 사용하더라도 재료와 계속해서 ‘대화’하면서, 나무결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떻게 완성되기를 바라지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간다면 이는 핸드메이드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재료와 작가 사이의 상호작용이 핵심이다.
2. 조슈아는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명상적인(meditative)’ 측면을 강조했다. 위에서 말한 재료와의 상호작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가, 그리고 재료는 어떻게 만들어지기를 바랄까 깊이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 “머리, 가슴, 손의 의도적인 적용(the purposeful application of head, heart, and hands (Joshua Vogel, p. 29)”이 핸드메이드에 있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기계의 프로그래밍이 아닌) 인간의 정신이 작품에 투사되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라고 권한다: “내가 만든 결과물에 ‘심장’이 달려있는가? 인간의 특성과 재료 자체를 넘어서서 독특함을 반영하고 있는가?” (Vogel, p. 30)
핸드메이드에 대한 고민은 수저 만들기 뿐 아니라 일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창의성(creativity)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코칭이나 워크샵 디자인과 진행, 리포트를 쓰는 데 있어서 나는 대상과 얼마만큼 상호작용을 하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깊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런 과정이 결과물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에 대해 돌아보고,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 달을 지내는 마을에 있는 유일한 커피집이 5시에 문을 닫아 숙소에서 이렇게 금요일 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