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통신 #3
Center for Furniture Craftsmanship에 등록을 하게 되면 Supply List란 것이 날라온다. 일종의 준비물 리스트이다. 기본적인 도구, 예를 들어 끌과 대패에서 연필, 자까지 챙겨와야 하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데 이 리스트는 그냥 품목만을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상세한 조건을 밝힌다. 예를 들어 직각자(Square)에 대한 조건을 설명하는 첫 문장은 “직각자라고 모두 직각자가 아니다(Not all squares are square)…”이다. 목공 도구마다 추천하는 브랜드가 다르다. 그만큼 브랜드마다 주종목이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대패는 Lie-Nielsen社, 접이식 나무자는 Lufkin사의 특정 모델을 추천한다. 목공에서 사용하는 직각자의 경우 가운데 부분을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좌우로 움직이는데, 사용하다 보면 헐거워지고, 직각이 정확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이 곳에서는 비싸도(12인치짜리 자가 10만원이 넘는다), 이 제품을 권한다.
목공에서 쓰는 도구 중에 ‘speed square’라는 것이 있다. 삼각자를 뜻한다. 왜 ‘빠른 직각’이라는 뜻의 speed square가 삼각자가 되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완슨(Swanson)에 관해 알아야 한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활동하던 알버트 J. 스완슨(Albert J. Swanson)이란 목수는 1925년 지붕 공사를 할 때 직각을 빠르고 쉽게 잴 수 있는 삼각자를 고안했다. 삼각자 한쪽 면에 굵은 바가 90도로 붙어 있어서 나무 등의 평평한 면에 쉽게 붙여서 금방 직각을 측정할 수 있다. 이를 본 많은 동료들은 자기도 그가 만든 삼각자를 갖고 싶다고 했고, 스완슨은 수작업으로 하나 둘 만들어 팔다가 결국은 자기 이름을 딴 공구 회사를 세웠고, 지금도 이 회사는 목공 도구들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품질(Quality)이란 용어는 비즈니스에서 흔히 등장한다. 너무 많이 사용해서 올드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질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 회사는 손에 꼽힌다. 동일한 사양의 자를 4천원에도 살 수 있다. 하지만 프로 목수들은 거의 30배 가까운 돈을 주고 흔들림 없이 정확하게 측정해주는 이 직각 자를 구매하여 수십년 동안 사용한다. 직각자의 럭셔리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아내가 에르메스 회장과 인터뷰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럭셔리’가 ‘비싼 것’으로 오해받는 것 아니냐는 아내의 질문에 그는 차고 있던 벨트를 예로 들어 설명했단다. “이 벨트를 3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품질도 나쁘고 디자인도 별로인 벨트를 사용했다면 몇 년 단위로 바꿔야 했을 겁니다. 대충 만든 것 여러 개를 사는 것과 정말 좋은 것을 하나 사서 오랫 동안 사용하는 것. 가격은 비슷할 테니 좋은 것을 사는 것은 경제적으로 더 나은 투자지요. 그 물건에 정을 들이면서 함께 나이들어 가는 느낌도 좋구요.”
화려하고 비싸다는 의미에서 럭셔리란 단어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살 때는 다소 비싸도 최고의 품질을 평생 경험하게 해주는 럭셔리라면,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