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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장사한다는 것

1인 식당을 보면 나의 모습이 보인다

by HER Report

교토와 나라를 여행하면서 야끼니꾸집과 우동집, 와인바에서 요리부터 서빙, 계산까지 모두 혼자 하는 오너 셰프에 자꾸 눈이 갔던 것은 아마도 그들로부터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 같다. 11년째 1인 주식회사를 운영하며, 2013년 3월 스페인 세비야를 여행하다 내가 하는 사업을 테이블 하나를 놓고 장사하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에 비유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고객의 질문이나 요청(주문)을 받는 것에서부터 프로젝트 디자인과 실행(요리, 서빙), 계산까지 거의 혼자서 해왔기 때문이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세금계산서를 써서 우체국에 가서 등기로 붙이는 것까지 모두 직접 했지만, 이제 다른 사람이 도와준다. 5년째부터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지만 실행과 책임을 온전히 떠맡아야 하는 1인 회사의 모습은 그대로이다. 셰프 혼자서 운영하는 식당처럼 1인 기업도 내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이다. 언제 식당을 열고 닫을지, 어느 날 쉴지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조직의 일원으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이 일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내가 1인 기업을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의 자유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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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식당의 주인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은 변함없어야 하고, 무엇은 변화시켜나가야 할지 많이 고민한다. 음식 맛은 유지하면서 어떤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고 어떤 것은 바꿔야 할지, 손님들과는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이들에게 배우고 돌아보게 된다. 다소 ‘츤데레한’ 주인이어도 음식 맛이 좋으면 찾아가게 된다. 연말 여행에서 유일하게 두 번 가서 메뉴를 다양하게 먹은 곳은 와인바 세브였다. 그는 이번에 만나본 식당 주인 중 가장 수줍었고 무뚝뚝하다 해야 할 정도였지만, 분위기와 맛 모두 좋았다. 우동집 ‘후쿠도쿠’도 마찬가지. 면을 삶고 다시를 부어내고 덴푸라를 튀기고 반찬을 만들어 담으며 꼭 필요한 말과 동작만으로 맛을 통해 모든 걸 보여준다.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기 전에는 굳이 무엇을 적극적으로 팔려고 하지 않는, 자신 있으면서 겸손한 이들의 모습에서도 영업 방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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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장사한다는 공통점 때문일까? 이런 식당에 가면 술도 요리도 디저트도 일부러 더 많이 시켜서 먹게 된다. 그들의 매상이 오르는 것이 왠지 기쁘기 때문이다. 혼자 장사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에 더 열심히 응원하게 된다. 혼자 일하는 ‘사장’과 ‘대표’들이 더 행복한 한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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