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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an 24. 2019

맵고 얼얼하고 눈물 나는데 돌아서면 다시 생각나는 요리

홍콩 사천요리 ‘치 하우스 오브 시추안’

완차이 Ship Street 입구를 지나다 우연히 눈에 띈 작은 붉은색 팸플릿. 자세히 보니 사천요리 레스토랑 메뉴다. 사천요리라니, 먹어야지! 2013년 문을 열어서 2016년부터 3년 연속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는 ‘치 하우스 오브 시추안(Qi House of Sichuan)’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커다란 나무통에 잔뜩 들어있는 고추와 산초. 메뉴를 보면 매운 정도(마)가 고추로 얼얼한 정도(마라)가 불 모양으로 표시되어 있다. 맵고, 향긋하고, 달고, 씁쓸하고, 시고, 얼얼하고, 짠맛을 사천요리의 일곱 가지 맛이라고 부르는데 이 모두를 맛보려면 조합을 어떻게 해야 하나…일단 시작은 사천요리의 대표, 시고 얼얼한 산라탕. 식사 후 소화를 위해 먹거나 입맛 없을 때 주로 먹는 것인데 넘치는 입맛을 자랑하는 우리에게 적절한 것인지^^. 서울이건 여행길이건 중국음식점 가면 항상 시키는데 이곳 산라탕은 깊은 신맛이 끝내주었다. 다행이 함께 시킨 오이의 향긋한 참기름이 위장을 코팅해주는…  

애피타이저로는 고추와 불 두 가지가 모두 표시되어 있는 ‘Mouthwatering Bonless Chicken’(뼈없는 닭고기매운 냉채)를 시켰는데 이 ‘mouthwatering’이라는 단어가 맛있어서 침이 돈다는 것뿐 아니라 맵고 얼얼해서 계속 물을 마시게 된다는 뜻 아닐까 생각했다. 껍질 벗겨 쪄낸 닭고기 살을 강렬한 소스에 재웠는데 정말… 입에 불이 난 것 같다.

사천요리의 최고봉은 늘 마파두부라 생각하니 오리지널을 맛볼 기회. 매운 맛과 얼얼한 맛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되고 이 둘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게 마파두부라는데 밥에 비벼 먹기 딱 좋은, 기분 좋은 묵직함이다. 여기에 계란볶음밥을 함께 먹었다.밥알 하나하나 완벽하게 계란물로 코팅했는데 어떻게 하면 이렇게 밥을 볶을 수 있나 물어보고 싶었다. 맵게 볶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시킬까 했는데 계속 맵고 얼얼한 요리를 먹은지라 육류는 다른 맛으로 교체. ‘Sweet and Sour IBerico Pork’라는 이름인데 파인애플과 채소를 넣은 달콤향긋한 일종의 탕수육이다.

맵고 시고 얼얼하고 달고, 밥 먹는 동안 온몸의 감각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이와 함께 땀구멍까지 열려 고생했지만. 매니저가 연신 찾아와 “먹을 만하냐?” “안 맵냐?”고 묻는데 “아냐, 우린 한국 사람이라 이 정도 매운 건 괜찮아” 하고 명랑하게, 땀 뻘뻘 흘리며 응답. 둘이 먹다보니 시킬 수 있는 요리에 한계가 있는 게 아쉬웠다. 배 불러 숨도 못쉴 정도인데 계산하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며 다시 처음부터 먹고 싶은 마약 같은 매운 맛이라니.

Shop 12, 2/F, J Senses, 60 Johnston Road, Wan 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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