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다”는 말은 어쩌다 욕이 되었을까?

by HER Report
“나는 거의 집에서 일한다. 이 말은 평일이면 노견 해리와 내가 빈 집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해리 녀석은 주로 잠을 잤고, 나는 주로 글을 썼다. 글을 쓰다가 잠시 집 안을 서성댈 때면 바닥에 엎드려 있는 녀석과 맞닥뜨리곤 했다. 나는 항상 “어이, 해리”라고 불렀고, 해리는 항상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꼬리로 바닥을 한 번 툭 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해리가 눈을 감고 더 이상 꼬리로 바닥을 내리치지 않을 때, 나는 비로소 해리의 딱 한 번의 꼬리 인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얼마 전 읽은 책 <노견만세>(책공장 더불어)에서 가장 슬프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왔던 부분이다. 결국 이 노견은 그날 새벽에 세상을 떠났다. 10대인 저자의 딸은 자기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한 해리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수의과 대학 입학을 위해 집을 떠난다. 이 책의 글을 쓴 진 웨인가튼과 사진을 찍은 마이클 윌리엄슨은 두 사람 모두 퓰리처 상을 두 번씩이나 받은 기자이다. 특히 웨인가튼은 2008년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가 워싱턴 지하철역에서 연주할 때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그 가치를 알아보는지 실험했던 기사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


이 책을 읽다가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란 용어의 기원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 관계(the human-pet relationship)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동물 행동학자로 노벨상 수상자인 K.로렌츠의 80세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제안되었다고. 사람과 더불어 살며 인간에게 여러 혜택을 선사하고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뜻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동물’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웹사이트에서 미국의 동물복지연구소(Animal Welfare Institute)의 통계를 살펴보았다. 미국의 경우 2011-2012년 통계에 따르면 62%의 가구가 한 마리 이상의 반려 동물을 키운단다. 미국의 7살, 10살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10명을 적으라고 했을 때 평균 두 마리의 반려동물을 적었고, 5살 어린이에게 슬프거나 화나거나 행복하거나 비밀을 털어놓고 싶을 때 누구를 찾는가 물었을 때 42%가 반려동물이라고 답했다는 통계에 처음에는 웃었다가, 이내 진지해졌다. 개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개나 고양이가 이를 키우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주는 정서적 영향력이 얼마나 클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혈압을 낮추고, 스트레스 줄이며, 심장병 사고를 줄이고, 전반적 건강에 들어가는 돈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이해가 간다.


이 책을 읽고 얼마전 지인이 자신이 오랫동안 키운 고양이를 위해 매일 관장해준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 책을 읽으니, 개와 고양이는 그야말로 가족 이상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었다.


서점에서 접한 강형욱씨의 책 제목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의 책 뒷 날개에 나온 글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를 10시간 넘게 기다린 적 있으세요? 반려견은 당신만을 기다립니다. 하루 종일 당신이 올 때까지요. 특별하게 대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함께 있어주세요.” 이제 더 이상 그가 출연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오랫동안 즐겨보았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그가 자신이 하는 일을 “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 주인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한 부분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글씨보다 사진이 더 많은 이 책을 보고 읽으며 생각은 계속 뻗쳐나갔다. 어려서 키우던 강아지도 갑자기 생각났고, 그 개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기억이 났다. 그러다가 갑자기 왜 우리는 “개같다”는 말을 욕으로 쓰나 궁금증이 들었다. 충직하고 다정하고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사랑스러운 개는 인간보다 나을 때가 훨씬 많다(물론 요즘 “개좋다”라는 말도 쓰지만 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개는 10-17살인데, 자료(“How old is my dog in human years,” 2015 WebMD)를 보니 중간 크기의 개를 기준으로 보면 사람으로는 60세에서 90세 가까이에 해당하는 나이다. 책을 보면서 나도 이 노견들처럼 욕심없이 맑은 눈으로 늙어갈 수 있을까 생각도 했다.


그나저나 개를 사랑하며, <워싱턴 포스트>에서 유머 작가로도 활동하는 웨인가튼은 가족들에게 자신이 죽으면 워싱턴 의회 묘지에 묻어달라고 했단다. 개들이 가장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곳이 그 곳이기 때문이란다. 묘비는 소화전 모양으로 미리 결정했고, 자신의 묘비명은 ‘개를 사랑했던 유머 작가 진 웨인가튼’이라고 정했단다.
나이드는 것,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노견만세>는 개에 대해서 뿐 아니라 나의 나이듦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했다. 14살 먹은 케일리라는 개를 소개하는 페이지의 제목은 ‘노견의 얼굴에서는 지나온 삶이 보인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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