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버세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by HER Report

얼마전 평소 즐겨 듣는 <박명수의 라디오쇼>(KBS 쿨 FM) PD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거절에 대해 박명수씨와 30분 동안 라디오에서 이야기를 나눠달라는 부탁이었다. ‘거절의 명수’ 박명수씨와 거절에 대해 이야기나누는 것이 부담이기도 했지만, 그와 스튜디오에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기회는 거절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스튜디오에서 인사를 나누고 바로 녹음에 들어갔는데, 그의 첫 질문은 “얼마 버세요?”였다. 물론 사전에 작가가 질문 리스트(작가는 내게 박명수씨는 원고대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경고’를 주기도 했다:)를 주면서 액수로 말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방송에서는 액수를 이야기하지 않고 이런 저런 말로 넘어갔는데,이 방송을 하고 나서 “얼마 버세요?”라는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1. 아내가 한 중국인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얼마를 버느냐?”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아내는 그런 질문은 적절하지 않고 무례해 보인다고 대답했단다. 그 중국인의 답변은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오케이. 하지만, 누구나 무엇이든 물어볼 수는 있고, 반대로 질문을 받은 사람은 답변을 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였다고. 이 이야기를 들으며 든 생각은 질문의 필터링(filtering)이었다. 너무 지나치게 질문을 ‘가려서’ 하기 보다는 질문의 폭을 좀 더 넓혀보고, 동시에 상대방이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하고 말고에 대한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직업이 주로 질문을 하는 것이라 많이 묻는 편이지만, 사실 학교 다닐 때 손들고 질문 한 번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2. “얼마 버세요”라는 질문을 듣게 되면 우리는 즉각 돈(수입)을 떠올리게 된다. 녹음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살면서 벌어야 하는 것은 돈 말고 무엇이 있을까? 나에게 답은 시간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할 수 있는 시간. 물론 돈이 있어야,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연구 중에 연수입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돈을 더 많이 벌어도 행복감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롤프 도벨리가 지은 <불행 피하기 기술>(유영미 옮김, 인플루엔셜)에 보면 이런 부분이 있다.


“연봉이 약 7천만 원 정도면 돈은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가구당 1억 3천만 원 정도의 연봉을 넘어서면(취리히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많이, 예나에서는 그보다 약간 적은 수준에서) 추가적인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는 거의 제로에 가까워진다. 그 뒤부터는 아무리 백만장자가 되어도 행복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93쪽)


물론 이 책에도 나오듯 가난할 경우에는 돈이 행복에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입이 안정되고 나면 우리는 시간을 벌기 위해 애를 쓴다. 최근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은 바로 그런 흐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박명수씨의 “얼마 버세요?”란 질문을 듣고 든 생각은 돈과 시간(한 가지를 더한다면 그렇게 번 돈과 시간으로 하고 싶은 취향) 사이의 균형점 찾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것이었다.


만약 박명수씨가 다시 내게 “얼마 버세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아마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저는 당연히 박명수씨보다 훨~씬 적게 법니다. 빌딩도 없구요… 하지만, 박명수씨는 출장이 아닌 여행을 한 달간 갈 수 있나요? 저는 개인적 여행을 하거나 혼자서 쓸 수 있는 시간이 박명수씨보다 훨씬 많답니다:) 돈은 덜 벌지만, 박명수씨보다 훨씬 시간 부자인걸요” 2018.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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