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 기업의 CEO와 점심을 먹으며 부담없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우연히 요즘 내가 가장 열심히 보는 프로그램 <하트시그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사랑, 연애, 소개팅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그 CEO는 대학교 2학년 때 사귄 같은 과 후배와 결혼을 했고, 인생에서 다른 여자와 소개팅이나 미팅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사장님에게 한 가지 안 부러운 게 있다면 소개팅 한 번도 안해봤다는 부분”이라고 하고는 웃었다.
의사결정이론에 ‘비서 문제(secretary problem)’라는 것이 있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비서 한 명을 채용하는데 n명이 지원한다. 예를 들어 100명이라 치자. 무작위로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한 명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채용할지 안 할지 결정해야 하며, 이 결정은 나중에 되돌릴 수가 없다. 만약 다섯 번째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나오게 되면, 채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앞으로 남은 95명 중에 이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을지 궁금해지게 된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37명까지는 채용하지 않고 인터뷰만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37명중 가장 마음에 드는 지원자를 기억했다가, 38번째부터 인터뷰하는 사람 중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을 뽑는 것이 최선의 선택(optimal choice)이다. 이 비서 문제는 1949년 미국의 수학자인 메릴 플러드(Merrill M. Flood)가 소개했는데, 당시 이름은 약혼자 문제(fiancée problem)였다. 결혼할 사람을 결정하기 전에 몇 명이나 만나보는 것이 좋을까?라는 것을 푸는 문제였다. 이 문제는 최선의 선택 문제(the best choice problem)이라고도 불린다. 내가 그 CEO와 이야기를 한 후, 이 문제를 떠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삶에 적용한 지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 <불행 피하기 기술>의 저자 롤프 도벨리는 커리어나 거주지, 좋아하는 작가, 악기, 운동, 여행지 등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야 할 때에는 너무 빨리 결정하지 말고, 다양한 선택지를 경험해보라고 한다.
요즘 매주 금요일 밤 11시 11분이 되면 TV앞에 바짝 다가가 집중하게 만드는 <하트 시그널>. 이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10대 때 짝사랑 하던 사람, 20대때 소개팅에서 마음에 맞는 이성을 만나고 가슴 설레던 때가 생각이 난다:) 젊음의 특권은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20대 혹은 나이가 들었어도 싱글인 분들이 있다면 소개팅을 많이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많은 사람을 만나보면 자기만의 선택의 기준이 생기게 되고, 수학적으로 보면 더 좋은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어디 연애 뿐이겠는가. 커리어 역시 10대 때부터 다양한 분야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면서 선택지를 넓혔다가 좁혀나가는 것이 좋다. 앞서 이야기한 CEO는 다행이 첫 사랑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소개팅 몇 번 해봤느냐고 물어봤더니 무려 100번이 훨씬 넘는단다. 나는 고작 80번 정도 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2018. 4.29.
https://www.youtube.com/watch?v=qjYL8Tc8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