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싫다고 말하기로 했다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할까>의 재출간 소식과 새로 붙인 글

by HER Report

지난 2016년 출간했던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할까>(위즈덤하우스)를 이번에 제목과 표지, 일부 장들의 제목을 수정하여 <나는 이제 싫다고 말하기로 했다>라는 제목으로 재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출판사는 동일하게 위즈덤하우스입니다.


이는 출판사 편집자로부터 최근의 사회적 상황이 거절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있으며, 최근의 미투 운동처럼(그리고 대한항공의 내부에서 싸우고 있는 직원들처럼) 거절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밝히는 흐름에 맞추어 제목을 변경하여 새롭게 출판하고 싶다는 제의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이 책이 새롭게 독자분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동의하였습니다. 책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기존 책을 갖고 계신 분께서 다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책의 맨 앞에 재출간에 맞추어 새롭게 쓴 부분을 아래에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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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내게 힘을 주는’ 사람도 만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도 만난다. 성인이 된 내 삶에 개입하고 간섭하는 부모, 매일 안부 전화를 강요하고, ‘집안일’이라는 이유로 주말과 명절이면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부모, 학생에게 막말하고 희롱하는 선생, 특정 후보에 투표하라고 강요하는 부모, 부하를 성추행하는 검사와 예술인, 정치인, 상사, 휴가를 쓰겠다는데 이유를 물으며 눈치 주는 상사, 신입직원교육이라는 이름으로 100킬로미터 행군을 시키면서 피임약을 나누어 주는 은행, 간호사에게 행사에서 섹시 댄스를 추도록 하는 병원,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같이 자신들의 실수로 수많은 소비자들이 생명을 잃었는데 책임지지 않는 기업,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말을 달고 다니지만, 정작 국민의 안전과 복지는 뒷전이고 이권만 챙기는 정치인들…


그들이 나를, 그리고 우리를 힘들게 만든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변화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은 결코 생기지 않는다. 방법은 한 가지다.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그에게 직접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있고, 동료들과 연대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공권력에 신고 하거나 나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거절의사를 밝힐 수 있다.


거절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특강을 하러 갔었을 때 주최측에서 강연제목을 “부정 커뮤니케이션: 거절”이라고 붙여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거절이 “싫다”는 말과 연관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무리도 아니다. 하지만, 손석희 앵커의 말처럼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거절은 부정보다는 진정 커뮤니케이션이다. 거절을 잘하게 된다는 것은 내 감정에 보다 귀를 기울이게 되고, 이를 나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다. 나는 오랜 기간 ‘싫다’는 말을 남에게 못하며 살아왔다. 사실 다른 사람뿐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다. “나는 착하고 소심해서 그래”와 같은 말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하고 그 관성으로 살게 되면 결국은 신해철의 노래 제목처럼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라는 질문에 답을 못하게 된다. 남들이 원하는 것에 맞추어 내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된다. 거절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뿐 아니라 내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찾아가는 과정이다.


건강한 관계의 기본은 교환이다. 누군가는 할 말을 하고, 또 한 사람은 할 말을 하지 못한다면 이는 폭력적인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 자기 의견은 닫아버리고 남의 의견과 부탁만 들어주면 ‘착한’ 사람이 아니라 ‘호구’가 된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 먼저 ‘거울’을 쳐다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거절과 관련된 이론들을 쉽게 풀어 소개하는 이유는 거절을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왜 과거의 나보다 오늘 더 거절을 잘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져야, 거절의 기술을 익히는 것도 의미가 있고, 실제 사용할 수 있다.


‘스몰빅(the small big)’이란 말이 있다. 작은 변화가 결국은 큰 결과를 만든다는 뜻이다. 지금부터 거절의 작은 근육을 만들자. 그 동안 동료들과 식당에 가서도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지 못하고 “같은 걸로 할께요”라고 눙치고 넘어갔다면, 이제는 정말로 내가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말해보자. 내키지 않는 부탁을 받았을 때 빨리 “네”라고 이야기하지 말고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다”라거나 “지금은 힘들다”라고 말해보자.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을(그리고 내 자신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자. 좀 더 거절을 잘 하는 나를 만들자. 어제보다 오늘은 내 감정에 좀 더 솔직하게 귀 기울여 보자. 2018년 미투 운동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거절은 삶에서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 책이 내 목소리와 내 삶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제는 그에게 ‘싫다’고 말해도 괜찮다.

2018.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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