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 아니라 안전 그러나...
"불 한 번 내셨나봐요..."
도시가스 기술자가 집에 들어서면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가스 지키미(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가스가 새면 자동으로 잠기는 안전장치)를 신청한 터였다. 무슨 뜻인지 물으니, 보통 이 기계를 설치하는 가정은 가스를 켜놓고 잠들거나 외출하여 크던 작던 불을 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행이 불을 낸 적은 없지만 가스를 켜놓고 깜빡한 경험은 있다. 혹시 몰라서 작년에는 집과 작업실에 소방포와 소화기를 사서 두었다.
오래 생각만하다가 매년 하나씩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농담처럼 말하는 '머피의 법칙'과도 관련이 있다. 머피의 법칙은 "일이 꼬일려면,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If something can go wrong, it will)"로 요약된다. 머피의 유래나 과학적 근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과 의견이 있지만, 내가 지난 20년 동안 직업적으로 해온 위기커뮤니케이션 컨설팅에서는 매우 중요한 법칙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흔히 머피의 법칙을 재수없는 일이 일어날 때 떠올린다. 비싼 돈 내고 세차했더니 비나 눈이 갑자기 온다든지, 중요한 약속을 갈 때면 차가 더 막힌다든지...
머피의 법칙에 대한 설은 많지만 미국 공군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에드워드 머피(Edward A. Murphy Jr. (1918 – 1990)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는 확실하다. 머피는 생전에 이 법칙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점을 여러번 지적했다고 한다. 머피의 법칙이 지닌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일이 꼬이고 재수가 없다는 것보다는 방어적 디자인(defensive design)에 핵심이 있다. 일을 추진할 때 최악의 상황(worst case scenarios)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이에 대한 조치를 사전에 취하라는 것이다. 항상 걱정만 하며 살라거나 부정적 측면을 보라는 것이 아니다. 보험을 들고 저축을 하며 운동을 하고 건강식품을 먹는 것도 크게 보면 머피의 법칙에 따라 삶에 있어 방어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작년에 만났던 한 지인이 “자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 아니라 안전”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아무리 건강해도 집안팎에서 넘어지거나 교통 사고가 난다거나 하면 소용이 없으며, 조금 더 조심해서 살자는 뜻이었다.
새해가, 그리고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모든 분들께서 안전한 한 해가 되기를, 그리고 안전한 삶을 누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