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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로 이어온 과일전문 강소기업, 호리우치 과실원

철학으로 기른 과일을 내놓는다는 것은

by HER Report

과일주스를 파는 곳은 참 많다. 한국도 일본도. 하지만 6대에 걸쳐 내려온 과수원에서 자기만의 철학으로 기른 과일을 재료로 특별하게 만들어 세련되게 내놓는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진다. 나라 ‘호리우치과실원(堀内果実園)’ 매장을 방문하고 맛을 보게 되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스토리뿐 아니라 다른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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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나라현 요시노 지역 넓은 땅에 과수원이 문을 열었다. 이 곳은 나무가 잘 자라고, 나무에서 떨어진 잎 등을 자연 퇴비 삼아 땅의 힘을 키워왔다. 주로 사과, 자두, 배, 매실, 감, 블루베리 등을 키운다. 모두 일본산 종자, 열심히 키워 과일이 충분히 익었을 때 딴다고 한다. 유통 기간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먼저 따서 후숙하는 것과는 좀 다른 방식이다. 이런 과일에 화학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그저 자르고 말리고 즙을 내고 잼으로 만들어 세련된 자체 매장과 나라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소수의 매장(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나 나라노미 같은)을 통해 내놓는다. 과일 자체의 풍미가 느껴지는 드라이프루츠, 씹히는 맛이 있는 잼, 목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시럽이 대표 상품이다. 과수원이 자리한 곳이 낮과 밤 일교차가 심해서 더 달고, 식감이 좋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때, 이것이 어디에서 누가 키웠는지, 생산지에 따라 맛이 어떻게 다른지 따지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이곳에 와서 사람들이 자신의 고장에서 난 과일과 채소, 고기, 각종 특산물에 대해서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 새삼 확인했다. 그러한 자부심이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트렌드에 맞게 세련되게 표현되는 방법에 감탄이 나왔다. 앞서 소개한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이 기획과 디자인 등에 있어 참여하는 ‘프로듀서’ 역할을 하며 파트너십을 이어간 덕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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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호리우치과실원이 만들어내는 세련됨이란 브랜딩과 패키징의 차원뿐 아니라 맛과 경험 모두에 스며들어 있다. 감을 잘라 구워 속에 시나몬 파우더, 사우어 크림, 초코칩, 해바라기씨를 채워낸 ‘군감(야키가키)’은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맛과 식감을 자랑했다. 부드러운 생크림에 탱탱한 과일을 큼직하게 잘라넣은 프루츠샌드위치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 매장을 둘러보면서 작년에 칼럼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했던 거창한국수의 김현규 대표가 떠올랐다. 30년 동안 국수를 만들어온 장인은 농촌에 과일 농사 짓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하고 브랜딩하여 인터넷 등을 활용한 새로운 유통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도시 젊은이들이라고 이야기했다. 도시가 아닌 농촌에 젊은이들의 기회가 열려 있다고 강조했었다.우리나라에서도 식재료와 특산물에 각 지역만의 색깔이 더욱 드러나야 한다. 경험많은 생산자와 젊은 감각이 만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 뜨끈하게 구워 나온 감 속을 열심히 떠 먹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됴쿄와 교토는 물론 주요 도시 나카가와 마사시치 쇼텐 매장에서 드라이프루츠와 잼 등을 살 수 있는데 나라 시내 산조도리 호리우치과실원 매장에서는 음료와 음식, 제품을 더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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