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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며 바뀌는 여행법

여행을 가면 행복해지는 이유는 삶이 단순해지기 때문

by HER Report

여행법은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의 취향이 변하듯, 여행법도 나이가 들면서 바뀌기도 한다. 함께 긴 여행을 다니다 우리 두 사람이 여행에서 무얼 중요하게 여기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Eat & Drink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일정은 그 지역의 음식과 술을 맛보는 것이다. 유명한 셰프가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 예약하기도 하지만 요즘엔 시장이나 거리를 오가다 맛있게 보이는 식당을 찾아간다. 그렇게 들어간 식당이 맛 없으면 더 우울하다:) 맛있으면 신나서 #herreport 에 올린다. 여행지를 결정할 때 서로에게 묻는 중요한 질문은 "거기 음식이 맛있어?"라는 것이다. 어느 도시나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은 맛있겠지만, 시장이나 거리 음식, 바와 술집이 잘 갖춰진 도시를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지방색이 확실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다. 여행 중에는 점심과 저녁 모두 반주로 위스키, 맥주, 화이트 와인, 샴페인, 지역특산주를 마신다. 즐기는 것이 목적이니 과음은 금지. 이것도 내일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가능한 일!



Sleep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한 삶이란 전화기를 끄고 맘 편히 잘 수 있는 삶이다.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되고, 다음날 일로 뒤척이며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고, 잠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삶. 여행에서는 이런 부담이 없다(패키지 여행을 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가 뜨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눈이 뜨면 일어난다. 호텔 예약을 하며 아침 식사는 포함시키지 않는데 맘 편히 동네 카페나 음식점에서 내키는 대로 먹고 싶어서다. 아침 먹고 산책 하다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을 찾아내 느지막히 점심 먹고 한두 군데 구경을 하거나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시 낮잠을 잔다. 쉬다가 다시 저녁을 먹고 동네 술집이나 바에 가는 것이 일정의 전부다. 바쁘게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기에는 이제 체력이 달리기 때문이기도^^.



B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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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을 여행하며 여행법을 하나 추가했다. 바로 공중목욕탕이다. 평상시 공중목욕탕을 가는 일은 거의 없는데, 일본 홋카이도 호텔 옥상의 작지만 기분 좋은 노천탕과 멋진 풍경이 펼쳐진 도야호수 노천탕의 상쾌함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교토와 나라의 작은 호텔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작은 노천탕을 즐겼다. 붐비는 시간대를 잘만 피하면 대욕장을 혼자 여유 있게 쓸 수도 있다. 20분 정도의 목욕만으로 하루를 활력있게 시작하고 저녁에는 피곤을 풀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일본 공중 목욕탕의 상당수는 매일 남탕과 여탕을 교대로 바꾸는 것도 흥미로웠다. 일본에 다녀온 뒤로 집에서 목욕할 때에는 물을 가득 담아놓고 몸을 푹 담근다. 집에서 노천탕을 즐길 수 없으니 좁은 욕실이 아닌 널찍한 대욕장이나 온천을 꿈꾸며 아쉽지만 입욕제로 기분을 내고 책이나 잡지를 읽으며 긴장을 푼다.


여행을 가면 행복해지는 이유는 삶이 단순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먹고, 마시고, 걷고, 잠자고, 목욕하는 것. 현실로 돌아와 삶이 피곤한 것은 맘편히 제대로 먹고 마시지 못하고,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며, 여유롭게 목욕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먹고 마시고 잠자는 우리 삶의 기본은 더욱 중요하다. 바쁜 평일이라면 주말에라도, 주말도 바쁘다면 여행을 떠나서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말이 유행이던데, 나에게 중요한 것은 돈(벌기)과 시간(벌기) 사이의 균형점이 어디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오랜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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