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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디자인페어에서 만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올봄은 지난 봄보다 아름다울 거야

by HER Report

봄이 왔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다. 집 꾸미기 좋은 계절, 온갖 가구와 가전제품과 패브릭 제품과 테이블웨어에 이르기까지 넓은 전시장을 가득 채운 부스를 돌아볼 때면 취재에 신경 써야 하는 본분을 살짝 망각하고 그 복잡함과 요란한 속에서 갖고 싶은 물건들을 찾아내는 쇼핑객의 마음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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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마음에 든 의자 하나, 조명 하나로 익숙한 집을 새롭게 바꿀 상상을 해보고 사소한 물건으로 나를 위해 선물을 한다(너무 자주 하긴 한다^^). 젊은 도예가들의 접시를 한두 개씩 사고 갖고 싶었던 빨래건조대를 할인된 가격에 손에 넣고 그릇의 물기를 깨끗하게 닦아줄 키친타월을 찾아내고. 일상 직물의 목베개, 애플카인드의 사과주스, 리넨테일스의 앞치마, 피스카스의 무민가위, 부각마을의 김부각...


트렌드 키워드로 자주 나오는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이런 거 아닌가 싶다가 현실안주, 대충 만족하는 안이함은 아닌가 반성도 했다가 오락가락. ‘가성비’란 단어가 참 싫지만 가격에 비해 큰 만족과 행복을 주니 작고 사소한 살림살이라고 허투루 보지 않고 마음에 드는 좋은 걸 골라 오래 잘 사용하고 싶고. 그러다 이게 다 부질없다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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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스페인 디자이너 하비에르 마리스칼을 만났을 때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말했었다. “진짜 럭셔리한 삶을 위해서는 내 일상에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풍경, 감정, 날씨, 음식 등 모든 것을 새롭게 들여다봐라. 럭셔리는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 빛과 바람이 들어오는 내 집 창문, 시간을 여유롭게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화나고 우울한 소식은 이어지고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지치는 일상, 그동안 닫아놓은 창문을 열고 대청소를 하고 아껴놓은 그릇을 꺼내고 친구들을 불러 밥을 먹으며 다시 기운 내고 봄맞이 시작. 올해는 지난해보다 좋을 거야. 올봄은 지난 봄보다 아름다울 거야.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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