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안에서 기차를 타고 삿포로, 오타루, 요이치, 하코다테, 토야호 등을 돌아다닌 여행도 이제 마지막 밤이다. 오늘 하루는 삿포로 호텔 근처, 그 중에서도 한 빌딩 내에서 여행에서 느낀 점도 이야기하고 돌아가서 할 일도 생각하며 보냈다. ‘아카렌가 테라스(Akarenga Terrace)’라는 빌딩 2층에 위치한 천장이 높고 빛이 드는 50석 규모의 자리였다. 이 빌딩에서 가장 넓고 좋은 공간에 창을 따라 책상과 의자, 전원 등을 잘 갖춰 놓았다. 이용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커피나 음료를 사마셔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험공부나 숙제를 하기 위한 사람들에게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내 옆에 앉았던 아이와 어머니는 학교 숙제를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컴퓨터를 놓고 업무를 하고 있었다.
하코다테에 갔을 때의 일이다. 무인양품이 1-3층을 쓰고 있는 빌딩의 가장 높은 층인 4층 전체가 하코다테 커뮤니티 센터였다. 하코다테 시청이 만들었다는 이 공간 역시 무료로 시민 및 방문객들에게 개방되어 있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시민들이 교류도 하고 대화도 하고 공부하는 공간이란다. 이 공간을 보기 위해 일본 다른 도시의 공무원들도 견학을 왔다고 한다.
삿포로역 근처 시내 중심가에는 2018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시민을 위한 도서관, 극장, 문화 교류 공간 등을 갖춘 대형 커뮤니티센터 성격의 Sapporo Sosei Square 건설이 한창이었다.
이 공간들을 보며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1) 우리에게는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이 얼마나 있는가?
2) 우리는 이런 공간들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가?
3) 우리는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정책 당국에 얼마나 요청해보았는가?
4)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커뮤니티에 기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5) 우리에게 커뮤니티란 개념은 있는가? 있다면 어떤 의미인가?
몇 년전 파트너들과 함께 한 기업의 평판관리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아이디어의 핵심 중 하나는 새로 짓는 사옥에 커뮤니티와 시민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최종 의사결정은 고객이 하겠지만, 몇 년 뒤 완성될 사옥에는 과연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이 얼마나 마련될지 기대해본다. 공원이나 도서관, 강연장과 작은 회의실, 테이블과 벤치… 사람들이 모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흐르고 이야기가 태어나고 휴식을 함께 할 공간들이 앞으로 이 도시에도 점차 늘어나길. 2017.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