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3
제가 이 호두나무와 처음 만난 것은 2010년경 인천의 한 목재소였습니다. 초보 목수로서 뭘 만들지는 생각도 없이 이 나무를 보자 마자 “이거요!”라고 말하고는 사왔습니다. 그렇게 제 손에 들어온 이 나무는 2010년경부터 제가 다니는 목공소 벽에 서서 5년 가까이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8월부터 이 나무를 붙잡고 씨름한 결과 오늘 나름 완성된 모습으로 제 자리에 앉았습니다. 테이블을 만들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이미 다른 테이블을 만들고 있는 것이 있고, 집 현관에 들어서면 길고 낮은 책장이 있는데, 그 위에 그대로 올려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즉, 지난 5개월 동안 이 나무와 씨름한 것은 그야말로 나무를 다듬는 단순한 작업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너무나 거칠고 울퉁불퉁했기 때문에, 수압대패로 수평을 맞춰주고(완벽하게 맞추지는 못했습니다만 물건을 올려 놓는 데에는 아무 손색이 없습니다:), 손대패, 전기대패, 루터, 전동사포와 손으로 하는 사포질, 그리고 줄로 줄기차게 갈았습니다.
드디어 지난 9일 집으로 가져와서 발코니에 놓고는 매일 연속되는 망년회로 술을 마시고 돌아와서도 작업복(사진에서 보이는 청바지는 목공할 때 입는 바지인데, 어차피 톱밥을 뒤집어 쓰게 되어서, 4개월 넘게 세탁도 하지 않다가 오늘에야 세탁기에 넣었습니다:)을 입고, 목장갑과 비닐장갑을 두 겹으로 끼고, 기름칠에 들어갔습니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앞 뒤를 번갈아가면서 먼저 프라이머(하도제)를 바른 후, 아우로(Auro) 129번 오일을 상판에는 세 번, 밑 면에는 두 번 발랐습니다. 바르기 전마다 사포는 120번에서 시작해서 220번, 320번, 600번 등 갈 수록 부드러운 사포를 사용했구요. 특별한 기술없이 그냥 몇 달 동안 갈아내고 다듬기만 한 작업이었지만, 나름 하나를 완성했다는 기쁨이 있습니다.
저 (다리없는) 테이블에는 무엇이 올라가느냐구요? 왜 집에 돌아오면 가방이며 짐들을 내려놓잖아요. 그런 용도로도 사용하고, 요즘 자주 듣는 CD가 올라가 있기도 하고, 신문 보고나서 올려 놓기도 합니다. 때론 손님들이 오면, 애피타이저와 음료 테이블로 사용합니다:) 길이는 2,350mm, 넓이는 220-520mm입니다.
다음주부터는 다리 달린 테이블을 다시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