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레스토랑을 선택할 때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번 교토 여행은 편안한 동네 음식점, 오너셰프의 작은 레스토랑과 바를 자주 갔습니다. 여기저기 검색도 하고 호텔 컨시어주나 다른 레스토랑 주인에게 묻기도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뭔가 따뜻하고 기분 좋은 공기가 느껴지면서 주인 혹은 셰프의 ‘포스’가 훅~ 하고 다가오는 곳. 그런 곳이라면 일단 기대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가게 세가 너무 올라서 자연히 음식값도 함께 올라가는 서울에 비하면 교토는 음식이나 와인값이 싸고 또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습니다(물론 엄청나게 비싼 곳도 많지만요). 있는 동안 대부분 만족스러웠지만 그래도 NG는 피할 수 없는 일. 두끼 식사가 그랬네요.
매운 음식이 먹고 싶어 잠시 이성을 잃은 순간, 교토역 포르타에 ‘사천요리’ 전문점이라고 쓰여있어 들어갔다가 대실패. …마파두부정식을 시켰는데 후추 잔뜩 넣어 얼얼하기만 하고 기본 간과 온도는 신경 안쓴, 전형적인 구성의 음식이 나왔습니다.
두 번째는 어느 음식점이나 손님이 많은 일요일 점심, 뷔페 음식이 맛있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으며 들어갔던 일본 가정식 뷔페였습니다. 모든 음식에 만능간장 한 가지를 사용한 듯, 똑같은 맛. 가격도 싸지 않았는데 ㅠㅠ.
따뜻한 분위기도, 프로의 포스도 느껴지지 않았던 곳. 아니다 싶은데 혹시나 하고 들어갔던 곳에서는 좋아하는 이승환의 노래처럼 ‘왜 슬픈 예감 틀린 적이 없나’ 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맛없는 음식에 흥분하는 제 모습을 확인하니 여행 와서 한끼 한끼 참 신경 많이 쓴다 싶어 웃음이 나오네요.
저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는 말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먹는 것이 중요하지만 먹는 것만 중요하지는 않으니까요. 가족, 친구, 연인과의 식사 혹은 나만을 위한 정찬처럼 제대로 잘 먹어야 하는 식사가 있습니다. 바쁠 때에는 샌드위치 하나, 김밥 한 줄처럼 대충 가볍게 지나가는 식사를 하거나 밥을 건너 뛸 수도 있지요. 잘 먹고 싶거나 잘 먹어야 할 때 그럴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싶네요.
교토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갑니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걷고 많이 먹은 연말 여행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6-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