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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6. 2019

알바 알토 없는 핀란드 디자인이 가능했을까?


“아니아니, 다시 따라해 봐요. 알~바르 알또.”
알바 알토(Alvar Aalto)에 관해 묻는 제 발음이 이상했는지 이렇게 몇 번이나 연습한 후에 합격. 호텔 직원에게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핀란디아홀 위치를 물으며 생긴 일입니다.


헬싱키 곳곳에는 알바 알토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건축물과 가구, 조명, 생활소품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름이 늘 함께 하지요. 머물던 호텔 근처 아르텍 매장이 있었는데 당연히 알토의 가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변주되어 소비자를 만납니다. 스툴60과 파이미오 의자는 다양한 색으로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사보이 레스토랑에 갔을 때도 가구와 조명은 물론 테이블 위에 자리잡은 이딸라의 사보이 꽃병에도 그의 손길이 남아있습니다. 호텔 바로 앞에 ‘2ND CYCLE artek’이라는 간판이 보여 가보았더니 말 그대로 아르텍 제품 중 중고 제품들을 판매하는 곳인데 1920년대 알토가 디자인한 원형 그대로의 가구들이 여전히 거래되고 있네요. 스톡만백화점 바로 옆 아카데미넨 서점도 알토의 설계이지요.


공연장 겸 컨벤션 센터로 쓰이는 핀란디아 홀은 그의 대표작으로 헬싱키 시민과 늘 함께 숨쉬고 있습니다. 1917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핀란드. 러시아가 만들었던 세나테 광장이 아닌, 주권을 지닌 독립국의 새로운 광장이 필요하다 주장했던 그가 국회의사당 건너편, 기차화물창고 부지에 1962년 세운 핀란디아홀은 몰딩과 패널, 바닥재와 조명, 가구에 이르기까지 알토의 손을 거쳤습니다. 인위적이고 화려한 장식이나 요란한 색깔은 발견할 수 없고 침착하고 수수한 자연의 머습 그대로를 담은 공간. “건축물은 인간을 위한 뒷배경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담긴 멋진 건물에서 열린 시민을 위한 음악회에 참여했습니다. 알토의 건물 속에서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더 경건하게 느껴졌습니다. 8일간의 일정, 알바 알토의 집과 스튜디오는, 아쉽지만 다음 여행을 위해 남겨두고 떠납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와 우리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남겨줄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누구일까요? 이번 여행으로 다시 한 번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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