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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6. 2019

‘오버’하지 않는 나라, 핀란드

핀란드. 그것도 헬싱키에서만 열흘 가까이 머무르는 것으로 이 곳의 문화를 알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래도 여기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며 경험을 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봅니다.


1. Facts: OECD에서 매년 발표하는 Better Life Index를 보면 한국과 핀란드에는 많은 차이점이 보입니다. 우선 삶에 대한 만족도(Life Satisfaction)에 있어 핀란드가 조사대상국 38개국 중 5위인 반면 한국은 31위에 그칩니다. “혼자서 저녁에 길을 걸을 때 안전하게 느낀다(feeling safe walking alone at night)”는 안전지표를 놓고 보면 핀란드는 85%가 그렇다고 하여 3위인 반면 한국은 67%로 22위에 그칩니다. 실제 헬싱키에서는 매일 밤낮으로 걸어다녔는데 불안하게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일과 개인 삶의 조화’를 놓고 보면 핀란드가 9위라면 우리는 38개국 중 36위입니다. 물론 이 사회에도 많은 문제들이 있겠지요. 전세계 대표적인 교육 강국으로 한국과 핀란드가 꼽힙니다. 최근 마이클 무어의 다큐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도 나왔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곳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국가가 시민들의 삶을 보호하는 데 더 앞서있다는 점이 다른 것 같습니다.


2. Trust: 올해 초 덴마크 출장을 때와 마찬가지로 핀란드 헬싱키에서도 사람들의 신뢰수준이 높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미술관, 도서관, 레스토랑 어느 곳에서도 사람들은 외투와 머플러 등을 그냥 개방된 공간에 걸어두고 들어갑니다. 올초 덴마크 미술관에서는 불안해서 그렇게 못했지만 이번에는 그냥 개방된 공간에 외투(그것도 최근에 산 옷:)를 걸어두었는데요. 한 번은 미술관에 걸어놓고는 깜빡잊고 호텔로 돌아왔다가 다시 돌아갔는데도 옷은 아무 문제 없이 걸려있더군요.
이러한 신뢰쌓기는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스웨덴과 러시아의 통치하에 있었다가 내년이면 독립 100주년이 되는 핀란드에서 어떻게 이런 높은 신뢰가 가능했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3. Straightforward: 핀란드에 간다니 미국에 있는 사업 파트너가 헬싱키에 있는 컨설턴트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는 만나자마자 제게 책 한 권을 선물로 건냈습니다. 한국과 핀란드인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페이지마다 포스트잇을 정성스레 붙여왔더군요. 그는 핀란드인들은 매우 직설적이며 자신은 그중에서도 특히 직설적인 사람이라면서 서로의 차이에 대해서 먼저 이해하는 것이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명함도 나누기 전에 말이지요:)


아내와 헬싱키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핀란드인들의 직설적인(straightforward) 스타일이 이들의 ‘오버’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수도인 헬싱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도심 한 가운데를 일주일 넘게 다녔지만 명품으로 휘감은 사람들을 거의 볼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 편안하고 기능적인 차림을 하고 다니더군요. 루터교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이 곳의 교회를 가보면 지나치다 싶을만큼 장식이 없고 심심합니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마찬가지. 레스토랑이나 상점에서 직원들이 손님을 대하는 방식에서는 그 어떤 ‘오바’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과하게 웃음지으며 훈련된 방식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손님 사람’을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 친절하게 도와줍니다. 디자인에서, 옷에서, 건물에서 오버가 없는 문화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거리 곳곳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과하지 않고 안전함이 느껴지는 곳. 그것이 이번 여행에서 느낀 가장 큰 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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