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칸 해밀턴(1949-2016)
도로시 칸 해밀턴은 뉴욕과 캘리포니아에 캠퍼스를 둔 요리 학교 International Culinary Center의 설립자입니다.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교육(The maximum education in the minimum amount of time)”을 추구하는 요리학교인 이곳을 졸업한 쉐프들과 교수진이 현재 갖고 있는 미슐랭 스타의 갯수가 137개가 넘는다고 하네요. 립으로 유명한 바비 프레이(Bobby Flay)나 한국계 미국 요리사 데이비드 장(David Chang)도 이 학교 졸업자입니다. 오늘자(2016. 9. 21) 뉴욕타임즈의 부고(obituary)란에는 차량충돌사고로 세상을 떠난 해밀턴의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그녀의 음식에 대한 사랑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네 자녀의 생일 때마다 바닷가재나 프라임 립(prime rib) 중에 한 가지를 고르게 해서 요리해주었고, 체코에서 온 그녀의 할머니는 일요일마다 세 종류의 고기와 여덟가지의 채소를 요리해주었다고 합니다. 이미 열일곱 살에 요리에 매혹된 그녀는 첫 월급으로 오랜지 색깔의 무쇠 솥 다섯 개 세트를 샀다고 하네요.
파리나 하와이에 식당을 열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해서 그러지 못하고 처음에는 아버지가 설립한 기술학교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80년 유럽의 직업학교를 방문하면서 파리의 쉐프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가보고는 학교 식당에서 먹은 음식이 너무나 맛있어서 마치 하늘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왜 미국에는 이런 학교가 없을까 의문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1961년부터 뉴욕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세워 운영하던 기술학교의 일부 프로그램으로 600시간짜리 요리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들고, 후에 독립하게 됩니다.
그녀가 1999년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요리를 잘한다는 기본은 레시피나 천재성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요리의 기초는 재료(ingredients)다.” “좋은 토마토가 없다면, 훌륭한 토마토 수프도 없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핀란드 여행 중에 만난 좋은 요리들 역시 재료의 맛을 잘 살려낸 것들이었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강한 소스와 설탕맛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싱싱한 재료의 맛을 잘 살려내는 요리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