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배화여고 건물
얼마전 서촌에 있는 파트너 사무실에 약속이 있어 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옆에 있는 배화여고 교정을 잠시 걸었습니다. 배화학당은 미국인 선교사가 1898년에 설립한 학교입니다. 정문을 지나 언덕을 올라서는데 예쁜 벽돌로 지은 건물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가가서 보니 등록문화재 93호라 적혀있더군요. 서양식 벽돌건물이면서 지붕은 기와로 되어 있습니다. 1916년 배화학당이 지금의 자리에 이사오면서 선교사 주택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1971년 생활관 및 동창회관으로 쓰이다가 1997년부터는 배화여고 생활관으로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딱 100년된 이 건물 옆에는 요즘 지은 학교 건물들이 있는데 아무런 색깔도 특색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문화나 혼이 없는 것 같다고 할까요. 시내에 있는 그럭저럭한 사무실 빌딩같았습니다. 보통 학교 건물로서 나름의 미감을 뽐내는 건물들은 많은 경우 오랜 역사를 가진 빌딩입니다. 최근에 지은 학교건물들을 100년 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 때까지 남아있을까요? 이런 건물들을 허물 때 아름다운 유산이라고 반대할까요?
건물주는 도시에 훌륭한 문화를 심을 수 있는 기회를 지닌 사람들입니다. 물건들과는 달리 건물은 도시에 색깔을 입히고 많은 사람들에게 바라보고 경험하는 즐거움을 주지요. 최근 건물주들에게 바라는 것을 여러차례 적었습니다. 건물주의 미감은 도시의 미감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오래된 좋은 건물들을 잘 보존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는 이 도시의 문화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주셨으면 하고 건물 없는 사람의 바람을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