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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6. 2019

차갑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딱딱한.

양면성을 지닌 매력적인 디저트 크렘 브륄레


크렘 브륄레. 식당의 디저트 메뉴에 크렘 브륄레(creme brulee)가 있다면, 그리고 웬지 이 식당이 크렘 브륄레를 제대로 만들었을 것 같다면 보통은 주문하는 편입니다. 가장 즐겨먹는 디저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크렘 브륄레를 먹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1997년 10월 29일자 뉴욕 타임즈 기사의 헤드라인에는 ‘크렘 브륄레의 위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요. 바로 제대로 된 크렘 브륄레를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맛보기 힘들다고 하면서 차라리 독자들이 만들어 먹으라고 추천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크렘 브륄레란 차갑고 부드러운 바닐라 커스타드 크림에 따뜻하면서 단단한 캐러멜이 만나야 한답니다. ‘주방의 화학자’로 불리는 해롤드 맥기의 13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음식과 요리: 세상 모든 음식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요리의 비결)>을 보면 “캐러멜이 스푼으로 톡톡치면 산산조각날 정도로 단단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뉴욕타임즈 기사에서는 아래 부드러운 크림은 수 시간 전에 미리 준비를 해놓아야 하고, 설탕 표면을 불로 가열하여(caramelize) 단단하게 굳히는 작업은 테이블에 내놓기 바로 전에 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제가 크렘 브륄레를 좋아하는 이유는 수저로 얼음판같은 카라멜을 톡톡 두들겨 깨뜨리는 재미도 있고, 식사 끝에 그리 달지 않은 크림으로 입안을 한 번 정리해주는 듯해서입니다. 물론 에스프레소와 함께 먹으면 더 좋습니다.


크렘 브륄레는 ‘불로 그을린 크림’이란 뜻입니다. 맥기의 책을 보면 17세기에 처음 발명되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크렘 브륄레에 대한 문헌들을 보다보면 프랑스와 영국이 자주 등장하는데 프랑스에서는 17세기 말부터 문헌에 나타나며, 영국에서는 burnt cream이라는 이름으로 18세기부터 등장합니다. The Oxford Companion to Food를 보면 19세기에는 한 동안 프랑스에서는 크렘 브륄레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으며, 이 즈음 영국에서는 많이 사용되었다고 나옵니다. 크렘 브륄레를 뜻하는 용어 중에는 Trinity cream이라는 것도 등장하는데, 이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 있는 트리니티 칼리지에 크렘 브륄레가 소개되고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집에서 크렘 브륄레를 직접 만들어 먹어본 적은 없는데 관련 기사를 읽다보니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나저나 이를 위해서는 토치(torch)를 하나 사는 것이 순서이겠습니다. 뉴욕 타임즈에서 소개하는 레시피 링크 한 개를 올려 놓습니다.


p.s. 사진에 나오는 크렘 브륄레는 2015년 프랑스 투르의 다고베르(Dagobert)라는 캐주얼 식당에서 맛본 것입니다. 단단한 카라멜 위에 불을 붙여 서빙을 해주더군요. 제가 다시 가보고 싶은 식당인데, 그 때가 되면 꼭 다시 한 번 이 크렘 브륄레를 주문하여 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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