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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6. 2019

눈에 안 보이면, 마음도 멀어진다.

CD장 개조기


성문종합영어에 나왔던 영어 속담. “아웃오브 사이트, 아웃오브 마인드(out of sight, out of mind)”. 얼마 전 주말에 TV를 보며 빈둥거리다가 마루 한쪽 구석에 켜켜이 쌓여있는 CD를 거의 듣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CD들은 대부분 마누라가 젊은 시절부터 월급을 아껴 사서 모아온 것들입니다. 생각해 보니 CD 하나를 빼려면 마음 먹고 몸을 숙이고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거리 상으로야 손만 뻗으면 되지만, 접근성(access)이 떨어져 좋아하는 음악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마루에 있는 책장 중 두 개를 비워내기로 했습니다. 안 읽는 책을 버리고, 5년 전 원래 7칸 짜리 책장으로 만들었던 것을 CD 높이에 맞게 촘촘하게 좁혀, 칸을 더 만들어 넣어 총 10칸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한 칸에 65장씩, CD 1350장이 들어갈 수 있는 CD장으로 탈바꿈. 저는 책장을 CD장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맡고, CD의 분류와 정리는 아내가 맡았습니다(록, 재즈, 가요, 클래식으로 나누고 각 장르마다 ABC순으로 정리하네요…)
그렇게 하고 나니 CD나 DVD를 듣거나 보게 되는 경우가 좀 더 많아지더군요.


이번에 정리하면서 10여 년 전 30만원 정도를 주고 샀던 소니 전축(너무 올드한 단어인가요:)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음향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CD와 DVD 겸용으로 10여 년 동안 고장없이 잘 써온 전축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람마다 ‘사치’하고 싶은 분야가 다른데, 저에게 오디오는 투자 우선 분야는 아니었습니다 (차라리 전축 비용을 아껴 여행을 한 번 더 가보고 싶습니다:)


사람 사이 뿐 아니라 물건과의 관계에서도 ‘아웃오브사이트, 아웃오브 마인드’가 작동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책도 가까이 있는 책들을 더 자주 보게 되듯 CD를 보고 찾기 쉬우니 시간 날 때 음악을 듣는 회수가 많아졌습니다.
그나저나 1350장을 꼽을 수 있는 CD장을 만들었는데, 아내가 갖고 있는 CD가 2천장이 넘는다는 게 제게 아직 남겨진 숙제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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