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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6. 2019

요리가 삶의 저력인 이유

”’배고파, 밥 아직 안됐어?’ 하고 요리를 남에게만 맡기는 것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요리도감>, 오치 도요코 지음, 김세원 옮김, 2쪽)


90년대 중반 미국에서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 한 가장 미련한 짓 중의 하나는 KFC 부페에 가는 거였다. 5-6불 정도를 내고 먹고 싶은 만큼 닭튀김을 먹는 것이었는데 점심에 가서 저녁 안먹어도 될 정도로 먹는다는 생각으로 배터지게 먹고는 결국 탈이 나서 고생했던 기억이… 그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 작접 요리할 수 있는 것을 하나 만들어보자 해서 요리책을 펼치고 만들기 시작한 것이 간장 떡볶이였다. 소고기와 떡을 각각 참기름, 설탕, 간장으로 양념을 하고, 마늘, 버섯, 당근, 야채, 파 등을 볶은 뒤 섞어서 만들었는데 제법 먹을만했었다. 당시 공부하고 있던 학교에서 입양아와 미국인 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했는데, 그 인연으로 Korean Cooking Lesson을 기획해 간장떡볶이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맛을 보여준 행사를 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 때 학교에서 만들어주었던 분홍색 홍보물을 갖고 있다(네번째 사진).


그 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는 간장 떡볶이다. 흔히 살 수 있는 몇 가지 재료만 있으면 집에 손님이 올 때 크게 긴장하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요리다.


얼마전 서점에서 아내가 이야기 하여 집어든 <요리 도감>이란 책을 보면서 이 책의 부제에 들어 있는 ‘삶의 저력’이란 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요리의 가장 기초를 다루고 있다. 재료 손질법, 끓이는 법, 튀기는 법, 담는 법, 간하는 법….


혼자 사는 가구가 전체 25%에 달하고, 혼밥, 혼술이 유행하는 세상. 얼마 전 시청한 다큐에서 핀란드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과 함께 흔한 재료들로 요리 수업 받는 것을 보았다. SBS <미운우리새끼>에서 보듯 우리는 나이 마흔이 지난 남자가 살림 못하고, 요리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요리도감>의 저자 오치 도요코가 제기하듯 요리나 살림을 남에게 맡기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요즘 세상에서 ‘살림 능력’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살림 무능력자는 아닌가? 나는 혼자서도 내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인가? 간장떡볶이 이후, 가지튀김덮밥, 돼지수육 등으로 혼자서 요리할 수 있는 영역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아내는 10가지 정도 자신있는 요리 레퍼토리를 만들어 보자고 한다. 얼마전 SBS 최영아 아나운서와 이 책을 놓고 이야기하다가 미역국을 4번째 리스트로 올려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됬다. 여성들은 가족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지만 정작 자신의 생일에는 끓여줄 사람이 없다고…


“다소 맛이 없더라도 내 힘으로 만들었다는 자체가 즐거울 것이다. 스스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내딛는 첫걸음이다. 요리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삶의 저력’임을 잊지 말자.”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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