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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6. 2019

성스러운, 한편 섬뜩했던 빵

성녀 아가타 빵


작년에 부산에 위치한 수녀원의 ‘언덕방’에서 하루를 묵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지냈던 그 방은 법정스님, 박완서, 최인호 등 지금은 세상을 떠난 분들이 와서 지내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소박하고 작은 방에 작은 침대, 작은 책상이지만 특별하게 느껴졌다.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식사에 빵이 나왔다. 무심코 집었는데, 수녀님께서 이 빵은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251년경 사망)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특별한 빵이라고 했다. 수십년 전 한국에 온 스위스 수녀님들이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줘 지금에 이르고 있다면서.


가톨릭의 문헌(<매일의 성인> L. 폴리 지음, 이성배 옮김)에 따르면 성녀 아가타에 대해 역사적으로 확실한 것은 251년 데치우스 로마 황제의 박해 중에 시칠리아에서 순교했다는 것 뿐이다. 전설에 따르면 아가타 성녀가 처형을 당할 때, 가슴을 도려내었다고 한다. 그 이후 이 성녀의 초상화에는 접시에 가슴을 올려 놓은 모습이 등장한다. 이로부터 아가타 성녀를 기르기 위해 가슴 모양의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영어로는 Saint Agatha Rolls, Agatha Buns, Agatha bread등이 나온다.


맛있게 먹던 빵이 그에 얽힌 전설을 듣고 보니 잘 넘어가질 않았다. 성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섬뜩했던 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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