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란 보통 우울한 것이지만, 오늘 오전 출근길은 유난히 마음이 무거웠다. 주말 끝 출근에다가 연말 다녀온 여행의 후유증까지 겹친 것인지. 다행이 나도 아내도 칼퇴근을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싱싱한 국내산 대하를 사고, 앤초비 스프레드, 콩 믹스 통조림, 예쁜 유리병에 담긴 소시지, 흙감자, 플레인 바게트 그리고 화이트 와인 한 병.
대하를 갈릭 마요네즈 소스로 구워내고, 감자를 쪄서 계란과 양상치, 마요네즈와 함께 으깬 다음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을 올려 샐러드를 만들고, 바게트에는 앤초비 스프레드를 바른 뒤, 소시지, 콩, 햄, 치즈, 포도와 함께 와인을 마셨다. 장보는 데 30분, 음식을 준비하는 데 30분, 먹는 데 30분. 라디오 <배캠>에서는 골든 글러브 시상식 특집이 흘러나오고 뒷정리에 다시 20분. 저녁 식사를 위해 이렇게 2시간 정도 시간을 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월요병을 이기는 방법 중 하나는 사회와 직장에서 강조하는 효율성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다(사실 제대로 비효율로 가려면 저녁 먹는 시간만 30분에서 1시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앞으로 삶에서 이런 ‘비효율적인’ 시간들을 저녁과 주말에 보다 자주 즐길 수 있기를. 나이가 들어서도 소시지와 바게트, 싱싱한 대하와 괜찮은 와인을 살 수 있을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기를. 그렇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