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무엇이?
스물 일곱 살, 낯선 도시로 전근을 가게 된 젊은 회사원이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기록하기로 결심하고 노트를 사서 ‘삼시세끼’ 먹은 것을 그리고 짧은 감상을 곁들이기 시작했다. 이 일이 습관이 되어 23년 이어졌고 45권에 이르는 노트가 쌓였다. 50세가 되던 해에 NHK 방송국 프로그램에 그림일기 사연을 투고해서 화제가 되고 급기야 책으로 엮어 나오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성공한 덕후’의 아름다운 스토리라고 할까?
책 첫 머리에 진행과 나름의 기준을 정리해 두었는데, 시작부터 재미있다.
_ 1990년 8월부터 2013년까지의 모든 식사를 기록한다
_ 음식 사진을 찍지 않고 스케치나 밑그림도 그리지 않는다. 10초 정도 관찰후 맛을 보고 눈과 혀와 위에 새긴다(취했어도 30품목까지는 기억할 수 있단다)
_ 매일 밤 귀가 후 서재에서, 먼저 그림을 그리고 그후 코멘트를 붙인다
_ 이틀 이상 출장이나 여행을 갈 때에는 노트를 가져 간다
_ 노트는 고쿠요 사의 대학노트 시리즈,. 하루 열일곱 줄 분량의 공간에 그림 일기를 쓴다
_ 윤곽은 검은색 수성 볼펜, 채색은 수성 컬러 마커펜 22색 사용
정말이지 대단한 집중력이 아닐 수 없다. 독특하게도 그는 좋아하는 식당에 줄기차게 드나들며 같은 음식을 몇 번이나 먹는다. 아나고 튀김이 유행할 때에는 1년에 무려 서른 일곱 마리를 먹었다고 하고(한 달에 세 번 정도이니 거의 매주) ‘소바 집중 기간’ ‘새우튀김 집중기간’ 등을 정해 한 가지 메뉴를 일주일 내내 먹었다는 데에서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도 의연하게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 노트를 쌓아 놓고 아무데나 펴면, 그날 무엇을 먹고 무엇을 했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기록이라고 할까?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도 명예를 얻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좋아서 평생 달려드는 일의 위대함이 여기 있는 듯하다. 시간 날 때마다 탐조활동을 가는 친구도 있고 기차 시각표를 줄줄 외우며 일본의 모든 기차역에 가보는 것이 목표인 일본 친구도 있다. 내 인생 일대의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계속 고민하다가 너무 머리가 아파져서 새우깡과 양파링과 감자깡을 사왔다. 내 인생 프로젝트는 ‘그냥 되는 대로 막 먹기’가 되고 마는 것인가…
검색을 해보니 이젠 ‘시노다부장’이 되어서 25년째 써온 그림일기, 보통 샐러리맨이 자주 먹는 음식을 요일별로 정리한 책 <サラリーマン・シノダ部長のてっぱんメシ>이 일본에서 막 발매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