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20년은 지난 일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건축 관련 전시를 보러 갔다. 집안 주방에 바(bar) 를 만들어 놓은 공간이 있었다. 전시 안내를 했던 사람의 설명이 내게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주방을 바 형태로 만들게 되면 음식이나 음료를 만드는 사람과 이를 먹는 사람이 서로 마주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의 영향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90년대 처음으로 패밀리레스토랑 TGIF가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레스토랑에 가서 바가 있으면 자주 앉아서 먹고 마시는 편이다. 바에 가게 되면 꼭 사진을 찍는데, 바와 관련해 몇 가지 소망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첫째, 현재 어설프게 집에 만들어 놓은 홈바를 언젠가 근사하게 만들고 싶다. 자주 마시는 술병들과 자주 사용하는 술잔들을 너무 빡빡하지 않게 세워놓고 가끔씩 따라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둘째, 집 근처에 정붙이고 다닐 단골바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그런 곳을 못 찾았다. 그 바에는 나이 지긋한 바텐더(얼마 전 도쿄에서 본 것처럼 그 바텐더가 할머니여도 좋고, 할아버지여도 좋다)가 있으면 좋겠다.
셋째, 여행을 다니며 오래된 바를 돌아다녀보고 싶다. 몇 년전 더블린에서 갔던 200년이 넘은 바에서 마시는 술이란, 술보다 그 분위기에 더 취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소망. 나이 먹어서도 저녁에 위스키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와 건강이 있으면 좋겠다. 쉽고도 어려운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