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와 건강한 식욕까지 잃을 것은 없지요!
나이 드는 것은 걱정되지 않는데 나이 들어 혹시 치매에 걸릴까 하는 것은 늘 걱정이다. 치매에 걸린 노인이 있으면 가정이 무너져 버린다.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길고 힘든 싸움을 가족 모두 경험해야 한다.
마감을 하며 <정신은 좀 없습니다면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라는, 긴 제목의 책을 읽었다. 일본 후쿠오카에 있다는 특별한 노인요양시설 ‘요리아이’ 설립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치매 노인들이 생활하는 요양 시설 이야기이니 우울하거나 무겁다고 생각하면, 오산. 유쾌하고 생동감 넘치며 현실적이다. ‘곤경에 빠진 노인 한 명을 위해’ 시작한 이곳은 일반 요양시설이라면 금지했을 일들, 걷고 싶을 때까지 산책하고 카페를 만들어 동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재활치료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삶의 기본을 그대로 유지하며 일상을 즐기는 것이다.
그중 눈길이 갔던 것은 식사에 관한 부분.
“특별 노인요양시설을 만들면서 처음부터 정해둔 원칙이 있다. ‘세끼 모두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폴리에틸렌 식기나 양은 그릇에 차갑게 식은 밥과 냉동식품 반찬을 제공해서는 식욕을 돋을 수가 없다. 식사를 하는 즐거움이 없으면 살아가는 즐거움은 확실히 줄어들고 기운도 안난다. …
삶의 기본은 무엇보다 먹는것이다. 갓 지은 따뜻한 밥과 따뜻한 된장국이 기본이다. 밥은 밥공기에 담고 된장국은 대접에 담는다. 그리고 접시에 반찬들이 담겨져 나온다. 커다란 접시에 풍성하게 담긴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 …
노인들이 음식을 씹는 능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믹서에 갈아 만든 음식을 내놓지는 않는다. 그런 기분 나쁜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직원이 시간에 맞춰 먹기 좋은 크기로 음식을 잘라주면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시끌벅적하게 식사를 즐긴다.”
나이 들고 약해지고 운이 나쁘면 치매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럴 때 물건처럼 어딘가에 맡겨져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안심할 수 있는 곳에서 아는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며 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정신은 좀 없고 요란스럽고 사고도 가끔 치겠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품위까지는 잃지 않은 채 인생을 잘 정리하면 좋을 텐데. 형태를 알 수 없는 유동식 같은 것 대신, 직접 만든 따뜻한 가정식을 먹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