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것, 그 안에서 확장한다는 것

카처 청소기

by HER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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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의 일이다. 프랑스의 정치인 니콜라스 사르코지 前대통령(2007-2012 재직)은 방리유(banlieu; 근교를 뜻하는 불어)에서 한 소년이 유탄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나쁜 인간들을 이 지역에서 ‘카처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발언한다. 2007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사르코지의 정적이었던 극우파 민족주의자인 장 마리 르팽(Jean Jean-Marie Le Pen) 역시 파리 근교의 다른 도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누군가 당신들을 ‘카처하려고(to Karcherize)’ 한다면, 우리가 당신들을 이 지역으로부터 구할 것이다”라고 발언한다. 방리유는 주로 아프리카 등의 이민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정치인들의 이와 같은 발언은 이민자에 대한 차별처럼 비춰질 수 있어 논란이 있었다고.


카처(Karcher)가 뭐길래 이 프랑스 대선후보들은 이 단어를 ‘쓸어내다’라는 단어로 썼을까? 카처는 독일의 발명가인 알프레드 카처(1901-1959)가 1935년에 설립한 회사로, 그는 1950년 유럽 최초의 현대식 온수 고압 세척기 모델인 DS350을 개발한다. 다양한 사업을 하던 이 회사는 1970년대에 들어와 고압세척기를 중심으로 하는 청소기에 집중하게 된다. 샛노란색과 검정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내가 이 브랜드를 알게 된 것은 2011년 국내 한 PR회사를 위한 컨설팅을 하면서다. 이 회사 고객이었던 카처의 자료를 읽게 되면서 그들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이듬해인 2012년 전자매장에서 노란색 카처 스팀청소기를 구매했다. 지금까지 5년 동안 주말마다 아주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다시 돌아가, 프랑스에서 벌어진 정치인들의 발언에 대해 카처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2005년에 이어 2007년에도 ‘카처’가 ‘쓸어내버리다’라는 뜻으로 쓰이면서 이민자에 대한 차별 이슈로 확대되자, 카처는 당시 12명의 대선 후보와 주요 정치인들에게 편지를 보내 브랜드 이름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또 신문에 광고를 내 자신들의 브랜드 이름이 최근 정치인들의 언급에서처럼 인식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독특하게 브랜드 마케팅과 사회기여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문화유산 클리닝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큰바위 얼굴’로 잘 알려진 미국 사우스 다코타주의 러시모어산에 있는 대통령 얼굴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대형 예수상,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 서울 남산의 N타워, 충주댐 등 전세계 문화유산의 청소를 담당했다. 이런 프로젝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고. 각국 정부와 협의하는 기간만도 수 년이 걸린다. 바티칸 시티 성베드로 광장의 284개 기둥을 청소하는 프로젝트는 바티칸과 사전 협의에만 2년이 걸렸고, 자동차 매연 등으로 오래 쌓인 때를 벗겨 내느라 그 어떤 문화유산보다 많은 돈을 썼다. 이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청소 기술도 계속 개선해가고 있다.


카처는 청소 한 가지에 집중하면서 그 안에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문어발식 확장과는 다르다. 청소에는 산업용과 가정용이 있고, 그 안에도 스팀과 진공, 건식과 습식 등으로 세분화되어 간다. “청소와 관련한 무슨 일이든, 우리는 해결책을 갖고있다WHATEVER THE CLEANING TASK, WE HAVE THE SOLUTION)”라는 슬로건은 이들이 무엇에 집중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카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청소기가 얼마나 다양한 것들이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가스레인지 전용 청소도구, 세차용 청소기 등 재미난 제품이 많다.


우리 삶에서도 집중하는 한 가지 분야, 이를 중심으로 확장할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는 그런 분야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참조: “[The Biz Times] 세계 최대 청소장비 기업 ‘카처’ 하르트무트 예너 CEO” (김미연, 매일경제, 2016. 9. 9); “Name of High-Pressure Washers Maker Is Drawn Into French Politics” (by Adriane Bernard, 2007. 4. 19, New York Times); A Company Gives the Gift of Cleanliness (by Stephanie Strom, 2008. 11. 28,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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