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공선생님에 대한 탐구

by HER Report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화요일도 휴무입니다.”


내 작업실은 2006년 처음 목공 수업을 시작한 목공소 건물에 있다. 4층에 있는 선생님 댁을 빼고는 지하부터 3층까지가 모두 목공소다. 지하는 몇 사람이 취미로 목공 공간으로 빌려 쓰고 있고, 1, 2층은 선생님의 목공소이자 목공교실, 3층에 내 작업실이 있다. 이 건물은 선생님 소유다. 서울에 4층 건물을 갖고 있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며, 일주일에 3일은 가게 문을 닫고 가까이에 있는 고향에 다녀오고, 자신과 가족을 위한 시간을 갖는 이분. 10년 넘게 알아오면서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궁금했다. 물론 개인사를 자세히 물어볼 수는 없지만, 내가 지금까지 갖고 있는 해답은 이렇다.


“난 학교에서 공부하는 건 딱 질색이었어.”

나의 목공 선생님은 목동/신정동 지역에서 30년 넘게 목수로 일해오고 있다. 원래 마루와 문짝을 만드는 목수였다고 한다. 강화에서 친척이나 동네 어른들이 나무로 배를 만드는 것을 보며 커왔고, 목공 연장을 다루는 것도 익숙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공부보다는 목공일이 좋았고, 결국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어린 시절부터 비교적 명확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10여년 전 목공을 일반인에게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어 ‘헤펠레’라는 독일 하드웨어 회사에서 주관하는 목공학교에 들어갔고, 그 뒤로는 실제 목공일보다 일반인에게 목공을 가르치면서 가끔씩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들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전문적인 기술은 유지하면서 커리어 전환(목수 –> 목공선생 겸 목수)을 한 것이다.


“난 디자인 이런 것은 잘 몰라. 그건 각자 알아서들 그려와. 대신, 그걸 실제로 만드는 것은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목공 선생님을 작가나 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림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무엇이든 나무로 만들 수 있는 확실한 기술을 갖고 있다. 내가 감탄하는 부분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선을 그어 구분하며 실제 그 기준에 맞게 산다는 점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빌딩도 소유하고, 일주일에 나흘 일하고 그 중에 수업이 있는 날은 이틀인 삶. 여름/겨울 방학 기간에는 수업도 없다. 그야말로 직장인들에게는 환상적인 삶이 아닐까?


내가 지금까지 밝혀낸 선생님의 성공 비밀은 4가지다:
1) 자신만의 확고한 기술을 갖고 있다;
2)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어린 시절부터 자기의 삶을 개척해왔다;
3) 자신이 가진 핵심기술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대의 흐름과 자신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게 커리어 전환을 시도했고, 이를 위해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
4)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고, 실제 구분하여 일하고 살아간다.
앞으로도 선생님께 목공 기술을 배우고 가끔 술이라도 한 잔 하며 삶의 기술도 배우려 한다. 내 평생 ‘(빌)딩주’가 되는 일은 없겠지만 좋은 목수는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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