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운이고 어디까지가 노력일까?

<될 일은 된다>(마이클 A. 싱어)를 읽고

by HER Report

보통의 성공= 재능 + 운
대단한 성공 = 약간 더 많은 재능 + 약간 더 많은 운

위의 공식은 사회심리학자로서 독특하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이 <생각에 관한 생각> (2012, 이진원 옮김, 김영사, 252쪽)에서 밝힌 공식이다.


살면서 늘 궁금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과 어찌할 수 있는 것의 관계다.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외부의 힘으로 정해진 것,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운명, 신의 섭리 등으로 부를 수도 있겠다)이며,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은 노력과 모험으로 결과를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무언가 좋은 일이 벌어졌을 때, 심리적으로 내가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고, 계획을 했는지에 대해 과장해서 말하게 된다. 하지만 좋은 일이 벌어지는 데에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게 직업적 만족감을 주고 있는 코칭을 하게 된 출발점은 2003년, 출장을 마치고 싱가포르 공항에서 맥주 한 잔을 하게 되었던 외국인 동료와의 대화 덕이었다. 그는 티칭(teaching)과 코칭(coaching)의 차이점을 말하면서 내게 코칭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했고, 이는 나의 새로운 커리어 출발점이 되었다. 물론 나도 노력을 했겠지만, 만약 그 날 그와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이 맞지 않았거나, 함께 맥주를 마시지 않았다면, 혹은 그와 스포츠나 정치 등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그날 맥주 한 잔과 대화는 내 인생 경로를 바꾸는 결정적 지점이었다.


목공은 또 어떨까? 2006년 한창 고민 많고 힘들었을 때, 당시 여친이었던 아내가 미국에서 활동한 일본의 아티스트이자 목수 조지 나카시마의 전시회에 초대했다.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그의 딸이 하는 세미나까지 듣게 되었다. 대학 졸업 때까지 고민했던 건축가의 꿈을 떠올렸다. 건축가가 될 수 없다면 목공이 어떨까 생각했고, 바로 지금의 작업실이 있는 목공방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만약 그때 아내와 식사를 하고 영화를 봤다면? 그때 나카시마의 전시회가 없었다면? 아내가 다른 일이 있어 전시회에 나를 초대하지 않았다면?


마이클 싱어의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될 일은 된다>(2016, 정신세계사, 김정은 옮김)는 대학동창이 추천해서 읽은 책이다. 마이클 싱어는 70년대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선불교와 명상, 요가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생의 행로를 틀어 지금까지 40년째 플로리다의 숲에서 명상을 해오고 있다. 놀랍게도 그는 80년대 독학으로 숲 속에서 컴퓨터를 공부하여 미국 내 병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메디컬 매니저’라는 원무 처리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 회사의 CEO로 근무했으며, 미국 스미소니언 재단에 놀라운 성취를 이룬 사람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그는 평생 자신의 삶을 통해 ‘맡기기 실험(the surrender experiment)’을 해왔는데 그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그는 카르마 요가의 핵심을 통해 내가 고민하는 질문, 즉 운과 노력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1. 오늘 직장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펼쳐지는 법이 없다”; “[우리는]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제할 힘이 없다” (모두 14쪽) 동시에 내게 벌어지는 일들은 그냥 우연이 아닌 무엇인가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 현장에 내가 있다는 것 역시 이유가 있다.


2. 내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 좋거나(好) 싫거나(惡) 하는 마음이 들게 되고, 이에 따라 반응을 결정한다. 이렇게 내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좋거나 싫거나 하는 마음의 소리를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이는 명상할 때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내려놓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3. 내게 벌어진 상황, 내가 그 자리에 있게 된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우선 그 상황을 마치 소설의 전지적 작가 시점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한 뒤, 이 상황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보다 거꾸로 이 상황에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고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라.


이 책은 내게 벌어지는 일들을 그냥 좋다, 싫다의 관점에서 보는 것 이상, 훨씬 소중하게 바라보도록 권한다. 이해한 바를 내 나름으로 요약한다면 상황에 그냥 리액션(reaction)하는 것이 아니라 stop(좋다, 싫다는 생각을 중지하고)-think(이 상황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act(행동)하는 것이다.


1. 내가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하자. 당연히 짜증이 나기 마련이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게 된다. 이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싫다(짜증난다)는 감정에 휩싸여 있는 나를 바라본다. 과거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이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물건을 잃어버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사건이 내게 일어난 의미가 무엇일지,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나 기여할 부분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행동할 수 있다.


2.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원래는 아내와 이탈리아에서 한 달간 여행을 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아내에게 일이 생겨 여행을 포기했고, 서울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여행을 포기하고, 비행기와 호텔에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당연히 싫다는 감정이 든다. 하지만 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과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이 상황에 오히려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서울에서의 휴가 기간 동안 하고 싶던 목공을 더 할 수 있을 것이고, 해야 하지만 미뤄왔던 번역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여행 취소라는 상황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3. 회사가 나를 불공정하게 해고했다고 치자. 마이클 싱어가 말한 원리를 대입한다면 우선 내가 처하게 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의 행동을 옳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게 회사를 떠나게 된 상황 자체). 그리고는 이 상황이 벌어진 것은 무엇인가 의미가 있는 것이며, 여기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 기회를 통해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여 불공정한 인사정책을 바로 잡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일과 직장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좋고 싫다는 감정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의미(내가 상황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를 찾아보는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도대체 인간의 자발적 노력과 운(섭리)의 관계는 무엇일까? 더 정확히 말하면 어디까지 노력하고 어디까지 운에 맡겨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이 내게 준 해답은 이렇다. 살아가면서 내게 벌어지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도록 노력하라는 것, 그리고 즉각적인 좋고 싫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도록 노력하라는 것, 그리고 내게 벌어진 그 상황은 무엇인가 이유가 있어서 생겨난 것일 텐데, 이 상황에 내가 기여하는 방법이 무엇 일지를 고민해보고 행동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실보다 마음의 생각에 우선권을 준다” (14쪽);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삶이 펼쳐내는 일들을 안내자로 삼아 내 의지를 발휘”(17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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