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의 적극적인 실험들

by HER Report
%EB%AC%B4%EC%9D%B8%EC%96%91%ED%92%88.jpg?zoom=1.25&w=700


일본 최초의 개항지 중 한곳인 하코다테. 전차를 타고 시내에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예약시간이 1시간도 더 남았다. 전차에서 내린 자리에 4층짜리 빌딩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는데, 1-3층이 모두 무인양품이다. 무인양품은 서울에도 있는 것이라 잠시 보러 들어갔다가 저녁 예약 시간이 코 앞에 닥칠 때까지 나오질 못했다. 무인양품이 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는 읽었는데(김홍민 북스피어 대표가 채널 예스에 쓴 “서점의 진화, 무지북스” 참조) 눈으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 5월 무지북스에서 <사람과 물건>이라는 문고본 시리즈를 출간했다. 야나기 무네요시, 오즈 야스지로, 하나모리 야스하루 세 사람으로 시작해 앞으로 수필가, 영화감독, 시인, 과학자 등 장르를 상관하지 않고 ‘일본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들의 애용품과 삶을 아주 얇은 책으로 한 권씩 정리할 것이란다. 이 시리즈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무지북스’ 코너는 라이프 스타일관련 다양한 책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시하는데 무인양품의 의자와 테이블에 학생과 노인,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앉아 무엇을 먹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매장에 사람들이 앉아 구매와는 상관없이 책을 보고, 심지어 음식을 먹는데 함께 있는 무인양품 직원은 영업사원이라기보다는 사서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많은 브랜드들이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만, 무인양품은 소비자가 구매 이전에 매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기획해 놓고 있었다. 단순히 경험이라기보다는 무인양품 안에서 ‘놀도록’ 만든 것이었다. 마이 파운드 무지(My Found MUJI) 코너에서는 2012년부터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각 나라와 지역에서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물품 중에서 무지의 철학과 만날 수 있는 물건들을 찾아내고 토론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제 무인양품은 잡화와 가구는 물론, 무지하우스(주택), 무지 호텔(상하이)을 기획했고 나리타 공항에 저가 항공사를 위한 공항 디자인까지 진출했다. 분야로만 보면 ‘문어발식 경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들의 사업에는 중요한 일관성이 있다. 비움과 간소화(이를 테면 이들은 면봉 길이가 꼭 지금의 길이여야 할까, 화장지의 폭은 꼭 지금의 폭이어야 할까…등까지 고민한다고)를 통해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매장에 들어갈 때만 해도 10-20분 보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런 물건도 사지 않고 그들이 하고 있는 다양한 실험을 살펴 보느라 한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무인양품을 보며, 그리고 돌아와 무인양품과 관련된 글을 찾아 읽어보며 창업 10주년을 맞은 올해 나의 사업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무인양품이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단지 왜(why)가 명확한 철학뿐이 아니었다. 자신의 철학을 밀고 갈 수 있는 뒷심의 중요성(무인양품이 무지하우스 상품을 내 놓았을 때 첫 해에는 한 채만 팔렸지만 계속 밀고 나와 지금은 인기 상품이 되었다고)이었다. 철학이 있어도 이를 밀고가는 힘이 없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참조글:
김수진, “‘인감지능’으로 생활을 디자인하는 창조의 달인, 가나이 마사아키 무인양품 회장, 럭셔리 2017년 2월호


김경묵, 조진서, “‘무엇’보다 ‘왜’가 중요…생각담는 인문디자인” DBR, 2017. 9.


김홍민, “서점의 진화, 무지북스”, 채널 예스,

%EB%AC%B4%EC%9D%B8%EC%96%91%ED%92%88-1.jpg?zoom=1.25&amp;resize=700%2C933
%EB%AC%B4%EC%9D%B8%EC%96%91%ED%92%88-2.jpg?zoom=1.25&amp;resize=700%2C933
%EB%AC%B4%EC%9D%B8%EC%96%91%ED%92%88-3.jpg?zoom=1.25&amp;resize=700%2C933
%EB%AC%B4%EC%9D%B8%EC%96%91%ED%92%88-4.jpg?zoom=1.25&amp;resize=700%2C933
%EB%AC%B4%EC%9D%B8%EC%96%91%ED%92%885.jpg?zoom=1.25&amp;resize=700%2C525
%EB%AC%B4%EC%9D%B8%EC%96%91%ED%92%88-6.jpg?zoom=1.25&amp;resize=700%2C933
%EB%AC%B4%EC%9D%B8%EC%96%91%ED%92%88-7.jpg?zoom=1.25&amp;resize=700%2C933
%EB%AC%B4%EC%9D%B8%EC%96%91%ED%92%88-8.jpg?zoom=1.25&amp;resize=700%2C525
%EB%AC%B4%EC%9D%B8%EC%96%91%ED%92%88-9.jpg?zoom=1.25&amp;resize=700%2C93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디까지가 운이고 어디까지가 노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