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에서는 현재 ‘죽음의 민주화(Democratizing Death)’라는 주제를 놓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 데스랩(Death Lab)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13년 컬럼비아 대학 건축대학원은 데스랩을 통해 죽음을 공간/건축/환경적 시각뿐 아니라 사회/종교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연구소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마주하고 기억할지 새로운 제안을 하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주변인들의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 방식은 거의 정형화되어 있다.
대부분이 병원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며, 카톡 등을 통해 소식을 듣고 병원의 장례식장에서 예의를 표한다.
두 가지 통계를 보자.
90%의 사람들은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렇게 실천한 사람들은 27%에 그쳤다(The conversation project national survey, 2013).
82%의 사람들은 죽음과 관련된 자신의 소망을 적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23%만이 그렇게 했다(Survey of Californians by the California HealthCare Foundation, 2012).
얼마 전 윤영호 교수(웰다잉시민운동 기획위원장)가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 부모가 먼저 꺼내보는 건 어떨까요” (경향신문 2019. 2. 2)라는 글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기를 원하는지 보다 개방적인 대화를 하고, 국가는 정책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을 갖기를 촉구했다.
“나는 나의 삶의 마지막이 어떻게 되기를 원하는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거나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되도록이면 죽음에 대한 대화는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갖도록 하는 움직임(The Positive Death Movement)도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death cafe)들도 있다.
<The Conversation Project> 홈페이지에 가면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워크북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2016년 헬싱키 여행을 하면서 아내와 어떻게 세상을 떠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즈음부터 죽음에 대한 책이나 자료들을 보기 시작했고, HER Report를 통해서도 조금씩 생각을 올려놓기도 했었다. 물론 통상적으로 보면 나는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하게 되면서 갖게 된 혜택이 있다. 내 삶에서 남겨진 시간이 생각보다 꽤 제한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현재의 의사결정이나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도움을 받는다.
얼마 전 시청한 <연애의 맛>에 소방관이 출연했다. 그는 직업적으로 항상 죽음의 순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오늘을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는데, 그의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HER Report의 ‘정신’처럼, 맛있는 것을 먹고 마시며 새로운 것을 보러 좋아하는 사람과 최대한 자주 여행을 하려고 하는 것도 내게 남겨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은퇴 후 여행하기 위해 돈을 모으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금 좀 부족한 예산이어도 여행을 떠난다. 은퇴하고 나이가 들면 우리는 몸으로 하는 여행보다는 추억을 떠올리는 여행을 하면서 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맛있는 밥과 술을 먹고 마실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떻게 죽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떻게 살까…라는 질문과 항상 마주 닿아있고,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더 잘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