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바셋에서 커피 주문을 하는데, 우유 4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고 한다. 소화가 잘되는 락토프리, 칼로리를 낮춘 저지방, 오리지널, 그리고 두유.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게는 생소하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아무거나” 혹은 “똑같은 걸로”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외쳤던 한국에서 말이다.
90년대 미국 생활을 할 때 샌드위치를 주문하면 말도 잘 안 통하는데, 빵 종류에서부터 들어가는 채소와 치즈 종류, 소스까지 모두 세밀하게 물어보던 것이 생각났다. 개인의 세밀한 취향을 존중하는 것이지만, 말과 문화가 모두 생소했던 내게는 쉽지 않았던 기억이다.
개인의 의견을 보다 뚜렷하게 주장하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특히 도시에서 종종 발견된다.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폴 바셋이나 스타벅스 같은 커피 가게이다. “무엇은 빼고, 무엇은 넣고 주세요”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곳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하지만 아직도 개인주의에 대한 오해가 우리 사회에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요즘 아이들은 개인주의적이야”라는 어른들의 평가다. 이들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동의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주의는 서로가 서로의 의견과 취향을 존중해주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이기주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태도를 말한다. 진정한 개인주의의 정착이 없이, 즉 서로 다른 의견과 취향을 존중하는 태도가 자리 잡지 않고 민주주의적 라이프 스타일은 가능하지 않다.
문화연구에서 유명한 호프스테드(Geert Hofstede)라는 학자가 전 세계 주요 국가의 개인주의 정도를 측정했던 적이 있다. 미국이 91, 독일 67, 일본 46, 한국이 18이었다. 개인주의 문화가 최근 더 확대되었는지 모르지만, 한국은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집단주의(collectivism) 국가이다. 집단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에 우선시한다는 뜻이다. 일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에 대해 무시 혹은 무지한 경우가 있는 반면, 개인주의는 이기적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과연 그럴까?
한국보다 개인주의 지수가 2.5배(일본), 3.7배(독일), 5배(미국) 높은 나라들은 과연 우리보다 이기적일까?
이를 추정해볼 수 있는 관련 통계가 있다. 바로 OECD에서 시행하는 Better Life Index이다.
이 설문에서 측정하는 여러 가지 지수 중 하나는 커뮤니티 지수이다. 이는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것을 측정한다. 한국은 76%이다. OECD 평균은 88%이며, 일본, 독일, 미국 모두 90%를 넘는다. OECD 38개국 중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몇 나라가 있을까? ‘아깝게’ 75%를 차지한 멕시코가 유일하다.
한국의 커뮤니티 지수는 최하위권이다. 집단주의가 이타적인 것도, 개인주의가 이기적인 것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의 집단주의는 자신과 고향, 학교 등이 같은 사람들에게 때로는 규정이나 법을 어겨가며 특혜를 주면서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집단이기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다.
개인주의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이 남과 다른 의견과 취향을 갖고 있음을 말할 수 있고(혹은 때로는 말하지 않을 자유가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불평등한 처우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