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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7. 2019

Tulhas

Sintra, Portugal


Sintra, Portugal; Tulhas; Rue Gil Vincente


 외국에 가서 동네 레스토랑을 고를 때, 말도 안되는 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남자들이 주방과 홀 서빙을 책임지고, 텔레비전 축구 중계를 틀어 놓을 것’입니다. 이런 곳의 음식은 대부분 장식이나 장난 없이 호쾌한 맛에 먹기 편하고 부담이 없습니다. 가격 역시 합리적이지요.


 신트라의 ‘역사 경관 시내’에 자리한 툴하스가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나이 지긋하고 풍채 좋은 아저씨가 멀없이 홀서빙을 하고 젊은 주방장과 그보다 더 젊은 보조 단 두 사람이 주방을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와 밀란의 챔피언스 리그 게임이 있는 날이라 텔레비전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았는데, 주방 역시 저만큼이나 축구 경기에 정신이 쏠려 경기 보는 사이 요리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구운 대구를 주문하고 축구팬으로 이런 날에는 조금 맛이 소홀해도 용서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한 입 먹어보니 오호! 잘 염장해 살이 촉촉하고 쫀득한 대구에 마늘을 올리고 올리브 오일 듬뿍 뿌려 구운 것에 불과한데 진짜 맛있었습니다. 엄청나게 큰 대구에 포르투갈 명물, 어린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인 비뉴 베르데를 곁들여 어찌나 열심히 먹었던지, 제가 좋아하는 메시가 골 넣는 장면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두 골 모두…(메시, 미안!) 


 레스토랑을 짓느라 바닥에 구멍을 뚫었는데 그만 그 아래가 로마 시대 유적지여서 지금도 꽤 큰 구멍을 그대로 두고 장사를 한답니다. 치즈와 버터, 파테, 햄 등이 전채로 풍성하게 나오는데, 공짜가 아니라 먹은 것들을 다 따로 계산하니 별 생각 없으면 포장을 벗기지 않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호기심 때문에 치즈와 버터를 모두 까서 한입씩 먹어보는 바람에 메인 요리보다 비싸게 나왔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역시 축구를 열심히 보던 홀서빙 아저씨가 조용히 포트 와인을 서비스해줍니다. 역시 축구는 위대합니다. 위 아 더 월드! 풋볼 이즈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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