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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Aug 19. 2018

까르띠에 소셜랩에서 느낀 것들

#나도 대담하고 두려움없이 살고 싶어

브랜드에서 새로운 제품을 런칭하거나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하며 행사를 자주 하는데 이번 까르띠에 행사는 예상밖이었다. 새로운 시계를 소개하는 행사였는데 그 어디에서도 시계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담하고 두려움 없이(bold&fearless)'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전 세계 각 분야에서 '대담하고 두려움 없는' 사람들을 모아 사고의 실험실, 이름 하여 '소셜 랩(Social Lab)'을 진행한 것이다.

대안 문화와 새로운 혁신, 열린 마음과 관대함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오래된 부둣가 창고 건물을 무대로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한 시간 정도 단위로 테크놀러지, 아트, 사회운동과 음식 등 서로 연관없어보이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두세 명 짝을 지어 대담을 진행하고 20, 30명 되는 기자들과 참가자들이 편하게 질문과 답을 주고 받았다.  

“미래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실패는 성공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두려움은 어디서 오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세상의 다양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몇 시간, 며칠로 끝나지 않을 주제이지만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한 신념 없이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영화배우 이드리스 알바와 프레이다 핀투는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얻기 위해 분투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사진작가이며 영화작업을 하는 알렉스 프래거와 샘 테일러-존슨은 두려움을 통해 더 큰 꿈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팜투 테이블 운동을 널리 알린 셰프 앨리스 워터스는 자연과 인간에게 건강한 식재료의 중요성을 직접 음식을 만들어가며 소개했고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한 에이미 멀린스는 장애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며 세상의 편견에 맞싸운 경험을 나누어주었다. 항상 지식과 기술의 최첨단에 서있는 스튜어트 브랜드와 케빈 켈리는 '구루'라는 타이틀이 너무나 잘 어울렸고 사진가 데이비드 라샤펠은 예술가의 도덕적 책임을 강조했다.


3일 내내 쉬지 않고 진행되는 세션에 참석하며 ‘난 그동안 무얼 하고 무얼 생각하며 살았나’ 갑자기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에게는 신념이라는 것이 있는 걸까? 나는 내 분야에 관해 깊은 고민을 통한 통찰력 있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누구나 근원적인 고민을 나누고 의미있는 논쟁을 벌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괜히 잘난 척한다거나 혼자만 심각하다는 핀잔을 들을까봐 나와 상관없는 연예인들의 가십을 이야기하고 누구에게도 아무에게도 득도 해도 되지 않을 이야기만 주고 받는다. 하지만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궁금함과 불안과 새로운 지식의 욕구가 터져나올 때가 있다.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영어의 공세에 각 분야 전문적인 내용이 나오니 기를 쓰고 집중을 해도 잘 알아듣지 못해서 절망. 그래도 어떤 부분에서는 선명하게 전달되는 메시지들이 있었다.



"편한 소파에 기대어 소셜미디어의 ‘좋아요’를 누르고 이야기들을 퍼나르면서 스스로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문제와 관련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내가 이미 무언가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선택에 대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누군가로부터 거절을 당했다면, 그것은 내 존재의 부정이 아니라 그가 그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 것이다."


편안하고 캐주얼하고 여유 있는 분위기인데 왜 내 정신은 긴장하고 움츠러드나. 대담하고 두려움 없기는커녕 '인생을 커피스푼으로 되질해 보는' 겁많고 소심한 내 모습을 확인하고 맥이 풀렸던,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던 출장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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