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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Aug 20. 2018

앨리스 워터스가 차려준 점심 식사

Chez Panisse의 오너이자 Farm to Table 운동의 선구자

까르띠에에서 진행하는 ‘The Social Lab’ 행사 참석자를 살펴보며 가장 관심이 갔던 사람이 ‘앨리스 워터스(Alice Waters)’였다. 실현가능 여부를 떠나, 점심을 같이 먹고 싶은 유명인을 꼽을 때 애거서 크리스티, 레이첼 카슨과 함께 제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시계브랜드의 행사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버클리에서 프랑스 문화를 공부했고 프랑스 유학길에서 음식이 문화와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한 그는 귀국 후 1971년 버클리 대학 근처에 레스토랑 ‘셰파니스(chez panisse)’를 연다(프랑스 작가 마르셀 파뇰의 소설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가장 신선하고 좋은 재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인근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사용하고 복잡하거나 과하지 않게 조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이 레스토랑은 농부와 어부, 목장주와 조리사, 먹는 사람이 모두 행복한 지역음식공동체의 복원을 가능케 했다. 지금에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를 식재료과 패스트푸드에 익숙하고 음식의 진짜 가치에 별 관심없던 당시 상황에서는 과격한 시도였고 일종의 ‘대안문화’였다. 셰프로 시작했지만 그는 수많은 요리책을 쓰고 사회운동을 벌이며 미국 가정의 식탁을 변화시켰다. 미셸 오바마 여사의 백악관 텃밭 가꾸기도 워터스의 제안에 따른 것.

“정말 만나고 싶었다”고 나도 모르게 외치자 자그마한 체구에 얼굴 가득 웃음을 담아 포옹해준다. 그녀는 이번 행사에서 역시 셰프이자 작가인 다니엘 드 라 팔레즈(Daniel de la Falaise)와 3일 내내 ‘코뮤널 테이블’을 진행했다. 길다란 테이블에 세계 각국에서 온 20여 명이 함께 둘러앉아 ‘감각의 여행(A Journey of Senses)’이라는 주제로 두 셰프가 직접 준비해 담아 내주는 음식을 맛보는데 궁금한 마음에 중간중간 질문을 했다.

첫 요리는 사과, 프와그라 올린 토스트, 펜넬. 손으로 바로 집어 먹는 한입거리다. 두번째는 맑은 닭육수에 살짝 데친 굴과 사프란을 더한 수프가 나왔다. 그 다음은 비네그렛 소스를 올린 서양대파의 속대와 파꽃. 쌉쌀한 맛에 진한 풍미가 일품이다. 메인은 두툼한 아스파라거스와 푸른콩을 곁들인 넙치 요리. 허브와 어린 새싹과 꽃잎을 올리브오일과 소금으로 토싱한 샐러드로 삭사를 정리한 것이 독특했다. 오렌지 셔벗과 ‘셰파니스’의 자랑인 루버브 갈레트를 디저트로 식사 끝(먹다보니 사진도 못찍고...루버브가 요즘처럼 미국 식탁에 자주 등장하게 된 것도 앨리스 워터스 덕분이란다). 접시 위가 온통 초록색! 이 재료가 원래 이런 맛이었지 하고 새삼 생각할 정도로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다. 보고 먹는 것만으로 성인병 예방될 것 같은... ^^

셰파니스 근방 50킬로미터 이내,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등 베이 에리어(Bay Area)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로 차린 오늘의 메뉴에는 사용한 재료와 생산자 소개가 적혀있다.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바보 같은 질문을 했는데 명쾌하게 답해주었다. “산업화된 음식(industrial food)을 피해 생산자가 누구인지, 누가 조리를 했는지 알 수 있는 걸 먹어야 해요. 인간에게 좋은 것이 늘 자연에 좋은 것은 아니지만 자연에 좋은 것은 대부분 인간에게 좋지요. 식재료를 열심히 공부해보세요. 뿌리와 열매와 잎과 꽃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맛을 내는지, 덜 자라거나 더 자라면 어떤 맛인지 기억해두세요. 생산자와 친해지세요.”

요즘은 직접 요리를 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학교 급식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단다. “많은 문제의 해결은 교육에서 시작해야 해요. 최고의 가르침은 직접 해보도록 하는 거에요. 아이들이 학교 뜰에 심은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어보는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있어요. 나중에 자라서 직접 요리를 하게 되면 이때를 떠올리며 건강한 자연의 맛을 이해하게 될 거에요. 다른 문화권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익히며 나와 다른 세상,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해주는 것이 어른들의 책임이에요.”

재료 하나하나 조리법도 자세히 설명해주는, 맘씨 좋은 옆집 아주머니 같은 그이지만 단호함도 겸비했다. “다른 사람이 뭐라 생각하건 신경 쓰지 말아요.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있다면, 세상에나, 난 절대 타협할 수가 없어요. 타협하지 않아야 해요.”


아아아, 일흔을 훌쩍 넘겼는데 에너지와 호기심이 넘치고 배려와 친절함으로 주위를 환하게 만들어주는 사람. 왜 그녀가 ‘대담하고 두려움없는’ 운동가로 이 행사에 참여했는지 새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있던 셰파니스 방문. 샌프란시스코에 올 때마다 예약에 늘 실패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그녀가 직접 준비한 테이블에 앉게 되다니, 내가 전생에 착한 일을 아주 조금은 했던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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