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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0. 2019

일본을 여행할 또 하나의 이유

일본 위스키

이번 여행에서 기억에 남을 것은 두 가지다. 다양한 일본 위스키를 맛보았다는 것. 그리고 한 가지 흥분되는 프로젝트 계획을 세운 것. 아내와 2032년까지, 앞으로 15년 동안 일본의 47개 도도부현을 다 가보기로 했다.


일본을 두루 다녀본 아내와 달리 나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가 본 곳이 도쿄와 교토 딱 두 곳이다. 1인기업을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 가구를 만들면서 살 내게 일본은 매력적인 곳이다. 지난 10년 동안 교토와 도쿄를 오가면서, 일본에 대한 인상은 두 가지 단어로 압축된다. 지방색과 장인정신. 수많은 일본 지역을 가본 아내의 이야기를 통해 듣거나 일본에 와서 보고 느낀 것은 지역별로 자기들만의 자존심과 색깔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교토는 그런 차원에서 정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장인정신은 더 인상적인데 일본에 와보면 카스테라, 칼, 오뎅, 차, 목공, 라면, 도너스 등 한 분야에 있어 집요할 정도의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자기만의 업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번에 도쿄 여행중에는 일본 위스키를 골고루 마셨다. 일본은 자체적으로 만든 위스키와 와인에서도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Ichiro’s Malt라는 술로, 만든 곳은 Venture Whisky社이다(일본의 위스키 회사들은 종종 whiskey의 스코틀랜드식 철자법인 whisky를 쓴다고). 호텔방으로 배달된 뉴욕 타임즈의 Travel 면에 일본 위스키에 대한 특집이 실렸고, 거기에 Ichiro Akuro, 즉 내가 마신 술을 만든 사람의 사진이 실려 놀랐다. 그는 8년전에 도쿄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치치부(Chichibu)란 지역에 양조장을 열고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조상은 대대로 사케를 만들었고, 할아버지는 1946년에 위스키 양조장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영업이 시원찮지 않아 회사를 팔았지만 그는 아버지가 만든 창고에 있던 위스키통 400개를 인수하여 Venture Whisky를 시작했다. 이 술을 병에 담아 첫 600병을 팔기 위해 도쿄에 바를 다니며 설득을 하기 시작했고 2년만에 다 팔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가 만든 위스키들이 상을 받기 시작했고, 가격은 급상승했다고.


뉴욕타임즈가 한 면을 털어 쓴 기사에는 산토리(Suntory)와 니카(Nikka) 등도 나오지만 가장 흥미를 끈 것은 바로 이치로의 스토리였다. 가장 멋졌던 것은 그가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그것은 대형 선발업체인 산토리나 니카를 이기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자신이 만든) 30년 산 위스키를 마실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자신은 좋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쿨하게 말한다. 8년전에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으니, 30년 산을 마시려면 앞으로 22년이 더 필요한 것.


이런 좋은 기사를 읽다보면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산토리의 Chief Blender인 신지 푸쿠요는 위스키란 추측의 게임(guessing game)이라고 말한다. 지금 만들기 시작하는 위스키는 10년에서 20년 뒤에 팔리게 될 텐데, 그 먼 미래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할지 알수 없을뿐더러,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날씨나, 양조장의 환경 등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있어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계획도 세우고,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하지만, 사실 추측을 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뿐. 우리도 47개 지역을 2032년까지 다 다녀보겠다고 계획을 하지만, 그 과정이 우선 즐거울 뿐이고, 향후 15년 동안 우리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삶이 더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번 여행을 통해 다양한 위스키를 즐기면서, 그리고 의외의 기사를 읽으면서 일본을 앞으로 여행할 또 하나의 이유를 찾았다. 북쪽 호카이도의 니카 위스키 양조장, 도쿄 근처 치치부의 치치부 양조장(Venture Whisky), 오사카의 산토리 등 일본의 주요 양조장들을 찾아가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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