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토야에서 만나는 최고의 가이세키요리

‘아라시야마 깃초’

윈저호텔 토야의 레스토랑 미셸 브라와 깃초는 호텔과 상관없이 별도로 운영되어서 예약도 따로 해야 한다. 깃초에서는 몇 번이나 이멜을 받았다. 코스를 미리 결정하라고, 알러지나 싫어하는 재료 알려달라고, 일식 다다미방과 테이블 중 선택해달라고 예약 변동 없냐 며칠 후에 보자고. 아, 연락하다 보니 담당자와 정들 뻔. 이곳 역시 이번에 다시 미쉐린2스타를 받았다.

간단한 점심 가이세키 코스 시작. 방에 들어가니 소금 살짝 넣은 차에 현미 튀긴 것 올려 마시게 해준다. 부드러워서 씹지도 않고 넘긴 전복찜에 웰컴 사케. 얕은 잔에 입술 축일 정도로 주니 우린 당연히 추가 주문. 리델잔에 깃초의 시그너처 사케를 따라주는데 절로 맘속으로 ‘좀더 좀더’ 외쳤다. 맑은 국물요리인 ‘스노모노’ 주재료는 볼락살과 계란두부였는데 연한 유자향 풍기는 국물이 끝내준다. 

사시미로는 성게와 가자미, 참치뱃살을 큰 접시에 담아 일인분씩 덜어줌. 그러지 않았으면 H몫까지 내가 다 먹을 뻔했다. ‘핫슨’은 연어알, 새우, 아나고튀김, 대합조개, 도미조림… 사케가 금새 사라져 다시 병으로 시킴. 다음 코스인 ‘완모노’는 제철채소를 마 등의 전분 살짝 넣어 함께 완자처럼 만들어 유바로 감싼 것. 식사는 내가 좋아하는 스키야키! 만세!

올해 수확한 도야산 쌀로 지은 밥은 죽음이다… 흙냄비인 도나베 대신 토야식으로 주석냄비에 지었는데 둘이서 밥을 싹싹 다 먹어버렸다. 서빙한 일본 직원이 살짝 당황하며 “손님들이 밥을 이렇게 다 드시는 일은 아주 드물다”고. 뭐, 우리도 당황스럽긴 했다. 마지막은 호지차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 경쾌하고 세련된 맛과 연출, 신경 너무나 많이 써주는 서비스가 역시 깃초.

가이세키요리를 좋아하는 건 다양한 제철재료와 조리법으로 맛있는 음식을 여러가지 맛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예쁜 그릇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재료와 조리법, 계절에 맞게 그릇이 다 달라지는데 깃초 정도의 레스토랑은 당연히 그릇도 젤 좋은 걸 쓰니 다 예뻐서 막 다 갖고 싶고… 먹고 마시고 그릇 구경하느라 하도 신경 써서 식사 후 어찌나 피곤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