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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1. 2019

게 요리로 미쉐린스타를 받은 곳

삿포로의 ‘가츠카니노하나(活カニの花咲)’


홋카이도의 게요리가 유명한데 어디서 먹던지 비싸다. 점심 런치 메뉴가 아니면 가격대가 어마어마. 이제 곧 떠나는데 그냥 갈 수는 없어서 고민하다 이번 미쉐린가이드에서 게요리로 별 하나를 받은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분위기는 그냥 평범한 동네 일식집. 들어서니 “손님 여러분의 도움으로 별을 받았습니다!”라고 벽에 붙어있다. 게알과 대구 정소, 해삼, 성게, 새우, 옥수수 등을 한 접시에 담은 제철 에피타이저가 정말 싱싱하고 맛있다.


잠시 후 스탭이 킹크랩 한 마리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부산스럽게 도마와 칼과 가위를 세팅하고 나가니 잠시 후 ‘마스터’가 등장. 미쉐린 기재를 축하하니 “아무런 조리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 가게의 특징입니다. 이게 다 좋은 재료덕분이죠. 기후 변화 때문에 좋은 게를 구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라고 겸손해한다. 예전 같았으면 게 요리로 미쉐린 스타 받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사케에 관심이 많아 일본 최고의 사케라는’기쿠히메 쿠구리히메 다이긴죠(菊姫 菊理媛 大吟醸)’를 비롯해 비싸고 좋은 사케가 잔뜩이다. 좋은 술에 어울리는 움식을 만드는 게 인생 목표라는, 독특한 철학의 오오치 켄뉴 셰프는 ‘킹크랩 조리 라이브’로 유명하다. 참치해체쇼처럼, 손님 앞에서 직접 요리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보기에도 무서운 큰 칼을 들고 게의 다리를 하나씩 자르는데 서걱거리는 소리가 너무 리얼해 징그러울 지경이었다. 그냥 주방에서 조리해 가져가 주지 ㅠㅠ



제일 처음은 살이 가득한 다리를 그 자리에서 ‘사시미’로 만들어 준다. 그 다음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는 ‘레어-보일드(rare boiled)’, 조금 더 악혀 고소함을 강조한 ‘미디엄 보일드’를 먹고 그 다음은 구이를 해준다. 여기까지가 게다리 코스. 그 다음은 몸통을 분해하는데 껍데기를 떼어내고 그 속의 내장을 따로 발라낸 다음, 작게 잘라 접시에 담아준다. 게가 워낙 크고 살이 많다보니 갑각류 좋아하는 나도 먹다 지칠 정도. 진도가 잘 안나가니 “남은 건 테이크아웃 해준다”고 하는데 호텔방에서 게 냄새를 파울 수도 없고. 이럴 거면 가격을 좀 내려주고 양도 줄여주지.


도저히 더 이상은 아무 것도 못 먹을 것 같았는데 ‘미니 연어알덮밥’이 나왔다. 밥은 또 이야기가 다르지. 한숟갈만 먹으려했다가 결국 다 먹고. 디저트로 나온 유바리 메론도 결국 다 먹고.

분위기도 그렇고 친절하지만 어쩔 줄 몰라하는 나이 어린 직원들의 서비스도 그렇고 미쉐린 별을 받을 정도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격의 없고 열심인 사장 겸 마스터의 개인적인 매력이 발휘되는 ‘삿포로 유명 게요리 전문점’ 정도였으면 차라리 좋았을 걸.


인생 한 번이니 이렇게 먹었지 다시는 시도 못할 듯. 앞으로 10년 간 게요리는 입에 대지 않을 테다.

中央区南5西2美松村岡ビル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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