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ER Trave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Report Mar 11. 2019

진정한 휴식을 느끼게 해준 전주의 작은 서점

‘Books Pause’


27박 28일의 휴가를 시작하면서(아내는 주말 포함 달랑 3박 4일의 휴가이지만) 전주에 내려왔다. 올 상반기는 유난히 프로젝트가 많아 정신없이 보냈다. 휴가 전날까지 워크샵을 한 후 모처럼 긴 휴식에 들어갔다. 원래는 아내 안식월 휴가로 한달간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했는데 갑작스런 아내 직장 사정으로 항공사와 호텔에 패널티까지 물어가며 모두 취소를 해야했다. ㅠㅠ 어쩔 수 없이 이번 휴가는 책읽고 밀린 번역하고 목공소에서 지낼 예정이다.


지난번 출장와서 동료의 소개로 갔었던 가맥(가게 맥주의 줄임말) 전일슈퍼에서 갑오징어와 황태포에 맥주 한 병하고는 전북대 근처에 있는 서점 북스포즈(Books Pause)에 들렀다. 이 곳은 사업상 협력관계인 소셜프레임 전상민, 성재민 대표가 고향인 전주에 연 아담하고 조용한 서점이다. 아내와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사고 시원한 아이스라떼를 시켜 편안한 소파에 앉아 두 시간 정도 읽었다.


아무말 없이 책을 한 시간쯤 읽었을 때 문득 이게 쉬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상태가 쉰다는 느낌을 주었다. 학부시절 중국철학 시간에 ‘진정한 쉼은 혀가 쉬는 것’이란 말을 들었는데(그래서 ‘쉴 게憩’ 자에 ‘ 혀 설舌’자가 들어간다는 말도) 북스포즈에는 몇 사람이 앉아 각자 자기 책을 읽을 뿐 주위가 온통 조용했다. 책읽기에 방해되지 않는 음악이 나지막히 흘러나왔다. 서울에서처럼 전화기를 연신 들여다 볼 필요도 없었다.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나게 많은 책 대신 신경 써서 고른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책방. 소설, 인문, 자연과학 등 천편일률적인 구분이 아니라 ‘다른 생각/다른 시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전주’ ‘여름휴가N 책 속으로 풍덩’ 등 그때그때 적절한 주제에 따라 책을 소개한다. 편안한 공간에 친절한 스탭이 사려 깊게 도움과 조언을 더해주니 전주를 찾은 이방인인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휴식이 되었는지 고마운 마음이었다. 전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전동성당과 북스포즈라고 하면 과장일까. 30대 젊은 사업가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이 서점이 전주에서 오래오래 잘 버텨주기를 바라며 신경 써 고른 책 8권을 들고 뿌듯한 마음으로 서점을 나섰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 가방 꾸리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