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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1. 2019

400여 개의 갤러리가 있는 중국현대미술의 최전선

베이징 798 예술지구


벨기에 귀족 출신으로 세계적인 컬렉터인 가이 울렌스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중국 출장을 다니다가 독특한 분위기와 가능성을 지닌 젊은 작가들을 발견했다. 그동안 모으던 유럽 작가들의 작품을 다 팔고 아예 중국으로 이주해 신인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이며 갤러리를 열었는데 그중에 장샤오강이나 위에민준 같은 오늘날 대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 울렌스 부부가 자리 잡은 곳이 베이징 798. 오래 전 군수공장이 늘어서 있던 지대인데, 베이징 올림픽이 결정되고 도심정비를 하며 공장을 교외로 내보내고 버려져 있던 이곳을 전자단지로 만들려다가 싼 임대료와 넓은 부지에 매력을 느낀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들며 이제는 베이징은 물론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소련과 동독의 지원 아래 바우하우스 양식으로 지어진 공장들은 천고가 높고 햇빛이 적절하게 들어 훌륭한 갤러리가 되었다. 중국 정부에서는 이 지역의 특색을 지키기 위해 법으로 개축을 금지하고 세계 각국의 문화원을 798 지역에 자리잡게 했다. 갤러리와 작가 아틀리에, 카페와 레스토랑 숍이 이어져 하루 종일 보아도 부족할 정도. 북한 만수대작업소의 작품만 파는 북한 운령의 갤러리도 있다. 우리나라 갤러리도 많이 진출했다가 이제는 거의 다 문을 닫은 상태. 오래 함께 일했던 사진가 후배가 10년 가까이 798에서 분투하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스타샷’이라는 사진 카페를 시작해 응원차 들러 그의 안내로 708을 둘러보았다.


남의 것 별로 부러워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런 스케일은 정말이지 부러웠다. 모든 공간, 모든 작품의 수준이 높다 할 수는 없고 대단히 상업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엄청난 규모에 거칠고 날 것 같은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요즘은 디자인 스튜디오, 영화사 등이 더해져 종합 예술비즈니스 단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곳곳에 공유자전거들이 즐비하고 새로운 사무실이 문 열 준비를 하며 물건을 팔기 위해 눈을 반짝이는 점원들이 가득한 곳. 이렇게 자본주의적인 사회주의라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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