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Bossa)’
도쿄 여행 중 마지막 일정은 늘 ‘긴자뮤직바’였다.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좋아하는 음료와 멋진 음악을 충분히 즐기는 공간이다. 삿포로에서도 비슷한 곳을 찾았다. 저녁 먹고 나서 호텔로 돌아가기 전 좋은 음악과 술 한 잔 할 수 있는 스스키노의 재즈바 ‘보사(Bossa)’다.
고등학생 때부터 재즈팬이었다는 다카하시 사장이 1971년에 오픈했으니 올해로 46년째. 그는 삿포로뿐 아니라 홋카이도 재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란다. 네 번이나 이사를 했지만 스스키노를 떠난 적 없다는 그는 자신이 수집한 LP 9000장, CD 5,000장 중에서 매번 좋은 곡을 골라 튼다. 오래되고 투박하며 언뜻 허름해 보이는 50석 공간은 재즈뮤지션의 사인과 포스터로 가득하다. 살펴보니 앰프는 마란츠와 마크 레빈슨, 스피커는 JBL이다… 라이브 재즈 음반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하는 구성으로 골랐다고 한다.
11시에 오픈해 새벽 1시까지 영업하는데 점심에는 커피와 소프트드링크, 파스타 같은 간단한 식사류를 팔고 저녁에는 각종 칵테일과 위스키를 판다. 보통 바와 달리 ‘시트차지(seat charge, 일종의 자릿세)’도, 오토시(기본적으로 나오는, 유료 의무 안주)도 없다. 사람들이 부담없이 재즈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란다.
맥주 한 잔 시켜놓고 소니 스팃츠와 쳇 베이커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는 할아버지 손님들이 자릿세도 없고 오토시도 없어 신난다며 술과 안주를 진탕시키는 우릴 보고 “저것들은 먹고 마시러 왔나” 흉 보지 않기를 바랄 뿐.
나는 모스코 뮬, H는 블랙 니카 위스키 한 잔 시키고 시작했는데 한 잔이 두 잔 되고 바로 세 잔 되는 마술. 술보다 음악을 강조하는 곳이다 보니 칵테일이 아주 훌륭하지는 않다. 대신 칵테일이건 위스키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듬뿍 따라준다. 안주 역시 너츠나 치즈 정도로 간단하다. 그래서 오히려 정겹고 멋진 공간이다.
가게를 둘러보니 ‘여성 스태프 구함’이라고 공지가 적혀있다. 아, 나 음악 잘 틀 수 있는데… 간단한 칵테일과 요리도 가능한데… 하루 종일 맘대로 재즈 명반 틀 수 있는 자리라니, 바로 이력서 써서 제출할 뻔했다. 그나저나 혹시 삿포로 가시는 분들, 여기 들려서 팍팍 마셔주세요! 장사 안되서 문 닫을까 저 혼자 속태우고 있어요…
中央区南三条西4, シルバービル2F, Sappo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