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 쉐어하우스 하코바’
규모 작고 디자인에 신경 썼다는 소위 ‘부티크호텔’ 중 상당수는 서비스나 고객 응대에서 불편한 경우가 많다. 황금연휴, 늦게 예약하다 보니 선택이 별로 없어서 고른 삿포로 숙소 때문에 H의 구박을 받으며 하코다테 행. 여기 호텔도 별로면 난 완전히 끝이다…
다행이 친구의 추천으로 고른 하코다테 쉐어하우스 하코바(HakoBA函館)는 성공적이다. 하코다테 산을 뒤로, 만을 바라보고 있어 풍경도 좋다. 관광지인 탓에 저녁 6시만 되면 인적이 끊어진다. 음식점이나 바, 쇼핑가가 모여있는 하코다테역이나 고료카쿠 지역과는 20분 정도 떨어져있어 조용한 걸 좋아한다면 추천. 85년 전인 1932년 후지 은행 하코다테 지점으로 세워져 몇 년 전까지 호텔로 사용하던 건물이란다. 하코다테 시 문화재로 지정된 덕에 예전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여기에 바로 옆에 자리한 ‘니시하토바미술관’을 연결해 함께 리모델링했다. 옛 은행 건물은 ‘BANK’동이라 불리는데 트윈과 더블 베드룸이 자리한다. 미술관은 배 모양 건물에서 이름을 따와 ‘DOCK’동이라 불리는데 6인이 함께 쓰는 객실과 도미토리 형태의 공유객실이 있다.
단정한 로비에는 배와 관련한 기계가 놓여있고 홋카이도와 아오모리 공예품을 파는 작은 카운터가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행사를 소개한다. 투숙객을 위한 책으로 꾸며놓은 라운지, 아이는 물론 어른이 놀아도 좋을 플레이룸,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주방도 깔끔하게 구비되어 있다. 객실은 천장이 높아 시원한데 필요한 것만 갖춘 미니멀한 공간. 우리 집에도 없는 발뮤다 온수주전자가 떡하니 놓여있다. 1940,50년대 쇼와 아르데풍의 검은 주철장식, 아치형 창문이 멋지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고급 기숙사 같다고 할까. 이 호텔 덕분에 하코다테에있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요즘 여기저기서 유행이지만, 그리 멋지지 않은 공간 재생, 그중 자연스럽고 지역친화적인 반가운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