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를 좋아하는 H가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꼭 가보고 싶어했던 곳이 니카의 요이치 증류소였다. 8시 45분 기차를 타고 오타루로, 다시 바로 기차를 갈아타고 요이치로(미리 연결편을 확인해야 시간 낭비가 적다).
요이치 역에서 내리면 바로 눈 앞에 증류소가 보인다. 무료 방문에 무료 시음이 가능해서 관광객들이 몰린다. 30분 단위 가이드투어가 있는데 사전 예약해야 하고 일본어로만 진행되니 굳이 이 투어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설립자인 다케츠루와 그의 스코틀랜드 출신 아내인 리타의 스토리가 2년 전 일본 드라마로 방영되어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단다. 넓은 땅에 유럽을 방불케하는 건물에서 지금도 위스키를 만들고 있다. 적당한 습도의 한냉지,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에 집요한 노력이 더해진 일본 위스키의 성공 사례를 확인하는 견학의 느낌?
스코틀랜드에서도 이젠 잘 쓰지 않는, 석탄을 태워 증류하는 옛날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견학을 마치고 ‘니카 회관’의 무료 시음장으로 향했다. 일찍 갔는데도 사람들이 몰려들어 시음을 하고 있다. 다케츠루 퓨어몰트와 수퍼 니카, 애플와인 세 종류에 원하면 안주를 사서 곁들일 수 있다. 타케쓰루는 트와이스 업이라고 물과 위스키 1:1, 슈퍼니카는 미즈와리로 얼음과 물, 위스키가 각각 3:2:1, 애플와인은 온더록으로 얼음 2개 넣어서 마셔보라고 커다랗게 써놓았다.
무료 시음을 마치고 위스키뮤지엄에 있는 유료시음바로 향했다. 니카의 거의 모든 위스키를 맛볼 수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마시기 힘들다는 바텐더분의 추천으로 싱글캐스크몰트 시음. 음… 위스키 맛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식도가 타는 기분이었는데 향은 아주 좋았다. 아침 일찍 떠난 터라 서둘러 레스토랑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해산물 풍부한 곳이라서인지 니신소바를 시켰더니 완전히 큰 청어가 한 마리 떡하니 들어있다. 텐동 역시 풍성하게 한상차림. 빙점하에서 급속히 만들었다는 ‘블랙 프리징 하이볼’과 애플와인을 이용한 ‘리타 하이볼’ 한 잔씩.
마지막 코스는 쇼핑이다. 요이치 지역이 사과 산지로 유명해 이곳에서도 애플와인, 칼바도스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이왕이면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17년산 블렌디드위스키인 ‘츠루’와 12년산 블렌디드 ‘더 니카’ 두 병을 사고 1시 45분 기차 시간으로 귀가. 와이너리 방문만큼이나 재미난 위스키 증류소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