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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1. 2019

홋카이도 니카 위스키 요이치 증류소 방문기2

‘퍼스트 무버’가 아닌 ‘퍼스트 이매지너’들이 만들어낸 성과


1918년 당시 24살의 일본 청년이 위스키 제조법을 배우기 위해 배를 타고 미국을 거쳐 스코틀랜드에 갔을 때, 어떤 배짱과 심정이었을까?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향해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도착한 요이치(Yoichi)역. 1934년 설립해 80년이 넘은 니카 위스키 요이치 증류소를 구경하며 내내 든 생각이었다. 일본의 위스키 1위 업체는산토리이고 니카는 2위 업체다. 이들은 일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기 시작하여 지난 10년 동안 일본의 위스키 수출은 11배 늘었다고 한다.


다케쓰루 마사타카라는 창립자에 흥미가 끌렸다. 1894년 사케를 만드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오사카에서 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오사카에 있는 술 회사인 셋츠 주조(Settsu Shuzo)에 입사한다. 1918년 회사의 지시로 유학을 떠나 글래스고우 대학(University of Glasgow)에서 화학공부를 하면서 이듬해인 1919년 롱몬 증류소(Longmorn distillery)에서 견습생으로서 몰트 위스키를 배우고 James Calder에서는 코피 그레인 위스키(Coffey grain whisky; 코피는 1831년, 연속식 증류기를 발명 위스키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아네스 코피Aeneas Coffey를 말하고, 그레인 위스키는 다양한 곡물을 원료로 만든 위스키를 말한다) 제조를 배우게 된다.


1920년 1월 스코틀랜드에서 만난 리타라는 여성과 결혼하고, 5월 헤젤번(Hazelburn) 증류소에서 몰트위스키 제조와 브랜드 기술을 배운 뒤, 11월에 일본으로 귀국한다. 셋츠주조가 위스키 생산 계획을 접자 그는 중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된다. 그러다가 1923년 고코부키야(현재의 산토리)에 10년 계약으로 입사를 하여 1924년 일본 최초의 증류소인 야마자키 증류소 건설과 위스키 생산을 시작한다. 1925년과 1931년에는 위스키와 포도주 연구를 위해 다시 영국과 프랑스를 여행하기도 했다. 10년 계약이 끝난 1934년 퇴사하여 자신의 회사인 대일본과즙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방과 흡사한 곳에서 위스키를 만들고 싶어한 그는 일본 북쪽 홋카이도 요이치에 증류소를 만든다. 1940년에는 첫번째 위스키인 ‘니카 위스키’를 발매하고 1952년에는 회사 이름을 니카 위스키 주식회사로 변경한다. 미야기쿄 증류소 설립(1969년) 등을 설립하며 일하다가 85세의 나이로 1979년 세상을 뜬다. 니카 위스키는 마사타카가 1919년 처음 견습생 시절을 보낸 롱몬 증류소와 동일하게 석탄직화증류 방식을 아직까지 적용하고 있는데, 이 방식은 불꽃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인지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도 최근에 와서는 포기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한다.


니카 위스키의 요이치 증류소를 돌아보고 마사타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2016년 겨울 도쿄의 긴자바에서 처음 접한 벤처 위스키(Venture Whisky)의 이치로 아쿠로(Ichiro Akuro), 그리고 2014년 여름 교토에서 갔었던 레스토랑 일 교토네 (Il Ghiottone)의 오너 셰프인 사사지마가 떠올랐다. 셰프인 사사지마는 “이탈리아에 교토라는 주州가 있다면 이런 요리를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 식당을 시작했고 성공했다. 니카 위스키의 마사타카는 평생을 바쳐 스코틀랜드의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도 일본적인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벤처 위스키의 아쿠로는 사케를 만들던 집안에서 할아버지가 1946년에 시작한 위스키 양조장 사업을 그만두자 아버지가 만든 창고에 있던 위스키통 400개를 인수하여 Venture Whisky를 2004년에 시작했다. 조만간 가보고 싶은 벤처 위스키는 유럽에서 전량 수입하던 맥아를 2016년부터는 5배가 더 드는 비용을 감수하고 공장이 있는 사이타마현의 치치부 농가에서 구입한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이탈리아 요리나 위스키를 처음 발명한 사람도 아니고 나라도 아니지만, 오리진(스코틀랜드 위스키, 이탈리아 요리)을 로컬과 연결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했고(first imaginer) 생각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이를 먼저 그리고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실행으로(experimenters, implementers) 옮겼다. 당연히 처음에는 찬밥이었겠지만, 일본이 만드는 와인(나가노 지역의 화이트 와인), 위스키 등은 이제 전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자기만의 컨셉을 갖고 책방이나 음식점, 술제조 등을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자기만의 상상력을 갖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또 새로운 실험과 실행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사례들이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더 많아지길!


참조:
. Nikka Whisky, 요이치 증류소 안내책자
. Nikka Whisky 홈페이지, The Founder 자료
. “Il Ghiottone”, her-report.com (2014. 8. 23)
. “Her Travel: 일본을 여행할 또 하나의 이유 – 일본 위스키”, her-report.com (2017. 1. 2)
. 김성훈, “상상 그이상, 일본의 위스키” (헤럴드경제 인터넷판, 2016.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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