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통신 #16
내가 지내고 있는 록포트에는 별다른 가게들이 없어서 이웃인 캠든(Camden)에 가서 주로 장을 본다. 아침 일찍 나가 차를 마시고, 가게에서 신문 세 가지를 샀다. 하나는 이 지역 신문인 <Maine Sunday Telegram>, 그리고 <Boston Globe>와 <New York Times> 주말판(2018. 8. 12)이다. 어차피 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인데 <뉴욕타임즈>에서 두 가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Highballs are back, with twists from Japan”(Robert Simonson)이라는 기사다. 이 기사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위스키가 시작된 것은 1920년대. 1950년대 일본에서는 맥주의 인기가 높아졌고, 위스키의 판매는 줄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좋아하는데, 이에 대해 산토리(Suntory)가 내놓은 해답이 위스키 하이볼이었다고. 위스키에 소다수와 얼음이 들어가면서 알코올 도수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었다.
하이볼은 알코올과 알코올이 아닌 것을 섞는다는 점에서 gin & tonic이나 whiskey coke와도 한 가족이라 볼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하이볼이 진지하고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다. 트렌드를 반영했는지 Suntory는 2016년 Toki라는 위스키를 미국 시장에 내놓았는데, 이는 산토리가 처음으로 일본보다 미국에서 먼저 내놓은 위스키다. 지금까지는 매우 성공적인데 이유는 하이볼을 위해 내놓은 위스키이기 때문이란다.
Toki 위스키를 이용하여 하이볼을 만드는 ‘Toki Machine’이 바에 설치되어 있다(생맥주를 따르는 기계와 비슷하다). 이 기사의 절반 이상은 미국 주요 도시(New York city, Chicago, Houston, San Francisco, Los Angeles)에서 하이볼을 즐길 수 있는 바를 소개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눈에 띈 기사는 “Visiting Jack Daniel’s, and Other Kindred Spirits” (by Elaine Glusac)이다. 와이너리에 방문하여 와인 테이스팅을 하고 근처 식당에서 와인패어링을 하며 식사를 하고, 숙박까지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면, 최근에는 위스키 생산지를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내용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잭 다니엘 증류소(Jack Daniel Distillery in Lunchburg, Tennessee) 방문객은 10년 전 20만명이었던 것이 지금은 30만명에 이른다고.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지방의 위스키 맥캘란(Macallan Whisky)는 과거 방문객이 매년 25만명 선에서 올해에는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단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추어 몇 가지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하나는 위스키 업체들이 생산지를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해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다. Hudson Whiskey를 만드는 뉴욕주 Gardiner의 Tuthilltown Distillery는 ‘Char 1788’이라는 레스토랑을 최근 열었다. 켄터키주 렉싱턴(Lexington)에 있는 Buffalo Trace Distillery는 자기만의 버번(bourbon)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데, 시작가가 5,500불(우리돈으로 대략 600만원)이다. 뉴욕주 그린포트(Greenport)에 있는 Matchbook Distilling Company는 Lin Beach House와 함께 방 다섯 개짜리 숙박시설을 올해 오픈했다(https://www.linbeachhouse.com). 물론 술을 마시는 개념이기 때문에 성인만 투숙가능하다:)
생각해보니 미국에서 하이볼을 마신 적은 없는 것 같다. 언젠가는 미국의 위스키 생산지를 가볼 수 있는 기회도 있기를 바라며. 다음주에는 기회가 되면 근처 바에 가서 하이볼을 시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