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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2. 2019

메인 통신 #15 우리는 왜 미술관에 갈까?

Center for Maine Contemporary Art에 다녀와서 


록랜드(Rockland, Maine) 시내에 주차를 하고 제일 처음에 눈에 띈 곳은 Center for Maine Contemporary Art(CMCA)였다. 원래 판스워스를 먼저 가려고 했으나, 단층으로 된 작은 미술관 건물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자연스럽게 발이 향했다.


1952년 록포트에 있는 헛간에서 전시를 하면서 출발한 이 미술관은 2013년부터 3년동안 뉴욕에 있는 Toshiko Mori Architect에서 설계를 맡아 록랜드에 세워졌다. 이 곳으로 옮기기 전에는 소방서 건물을 개조하여 미술관으로 썼었는데, 연간 방문객이 9천명이었던 것이 록랜드의 새로운 건물로 옮기고 나서는 연간 35,000-50,000명으로 늘어났다고. 메인주 출신 작가인 John Bisbee의 American Steel전은 수많은 못을 활용해 작품을 만든 것이 흥미로웠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Tom Burckhardt의 Studio Flood란 설치 작품이었는데, 작업실을 종이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그의 작품에 이끌려 이틀 연속 이 작은 미술관을 갔다).


판스워스 미술관과 CMCA를 둘러보면서 지난번 Portland Museum of Art에서 사온 <How Art Can You Make Happy> (Bridget Watson Payne, 2017)을 떠올렸다.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없지만, 여행을 갈 때마다 미술관에 즐겨 가는 것은 나에 대해 좀더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후 내내 이 작은 책을 다 읽었다.


미술관을 다니다 보면 어떤 작품에는 기분이 좋아지지만, 어떤 것은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CMCA에서는 현재 3개의 전시가 진행중인데, Jocelyn Lee의 전시 The Appearance of Things전은 살짝 불편하게 만들었고, John Bisbee의 전시 American Steel전은 익숙한 못만을 가지고 한 전시인데도 생소한 느낌이 들었고, Tom Burckhardt의 Studio Flood는 만화책을 보는 듯한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우리가 미술관을 가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결국 작가가 세상을 바라본 시각을 접하는 것이다. 때론 그 사람의 시각이 관객인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하고,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바로 이런 다양한 작품(시각)을 접하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점을 접하고 배우게 되며,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작품은 각자 관람객에게 자신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그 메시지를 받고 싶으면 받는 것이고, 아니면 지나치면 된다.


어린시절부터 아티스트였던 부모를 따라 자신도 언젠가는 아티스트가 될 거라 생각했던 Tom Burckhardt. 

이 작품을 제작(2016-2018)하기 3년여 전에 뉴욕에 홍수가 나 많은 아티스트들이 공들여 만들어온 작품이 모두 물에 잠겨 손상되는 장면을 충격적으로 바라보았다. 홍수는 그에게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 이슈로 다가올 수도 있고, 이상하게 돌아가는 정치적 환경을 의미할 수도 있다. 우리 역시 애써 가꿔온 삶이나 일이 갑작스런 외적 요소의 침입에 의해 망가지는 경험을 하거나 목격하게 된다. 그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물(홍수)에 가까이 있는지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하지만 물이 들이닥친 스튜디오를 어떻게 보여줄지가 숙제였다고 한다. 그는 결국 스튜디오를 뒤집기로 한다. 역시 창의적이다. 결국 관객들이 들어가 구경하는 스튜디오의 천장은 물이 들어찬 바닥이 되고, 발을 밟고 서있는 바닥은 스튜디오의 천장이 된다. 이 설명을 듣고서야 왜 모든 도구들과 책들이 뒤집어져 있는지가 이해가 되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이고, 불합리하면서 웃긴 세상을 표현하려 했다고(이상은 미술관에서 상영중인 작가의 비디오 설명 참조)


무엇을 좋아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꼭 봐야하는 것도 없다. 예술을 즐긴다는 것은 취향을 만들어가는 것(tastemaker)이며 내 맘에 드는 것은 어떤 작품들인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참고는 될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존 비스비나 톰 버크하트는 메인주에 와서 처음 만나게 된 작가이다. 새로운 시선과 만나는 과정인 것이다. 인구 7천여 명인 이 도시에서 멋진 미술관을 두 곳이나 돌아보면서 앞으로 돌아볼 미술관은 얼마나 많을지, 그 중에 몇 곳이나 가볼 수 있을지가 궁금해졌다. 


참고:
“A Watery World Turned Upside Down” by Gregory VolkSeptember 30, 2017
https://hyperallergic.com/403103/tom-burckhardt-studio-flood-pierogi-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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