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명물 스타페리에서 영감 받은 완차이 호텔
홍콩의 완차이 지역의 골목길에서 일주일 가까이 보내면서 서울의 세운상가 생각이 났다. 공구상과 건축자재상가들이 줄지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센트럴의 고층빌딩 지역처럼 깔끔하거나 세련되지 않고, 시민들이나 이민자들이 장사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완차이(灣仔)는 글자 그대로 보면 작은 만(cove)을 뜻한다고 한다. 물론 도시 개발로 인해 이제 만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완차이 플레밍 거리에 자리 잡은 호텔 ‘더 플레밍(the Fleming)’은 2006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2016년 호텔 주인인 존 후이(John Hui)와 컨설턴트이자 친구인 제이슨 코헨(Jason Cohen)은 1년 동안 디자인 팀(A Work of Substance에서 담당)과 함께 리노베아션을 위해 뉴욕과 LA 등을 여행하며 여러 호텔을 둘러보았다. 도시의 개성을 반영한 호텔에 특히 마음 끌린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완차이 지역의 개성을 반영한 호텔 레노베이션을 기획했다.
한창 새로운 문화와 산업이 시작되던 60-70년대 홍콩의 항구. 홍콩의 상징인 스타페리(Star Ferry)의 붉은색(Carmine red)과 녹색(Bottle green)을 사용하고 호텔의 전등과 객실번호, 방안의 스위치와 거울 등도 배의 선실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스타페리의 의자를 본 뜬 로비의 소파 등 세심하게 홍콩의 항구와 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70년대 지어진 빌딩에 위치한 66개의 방이 있는 부티크 호텔. 시설은 객실과 히셉션으로 극히 단순하다. 외부업체가 운영하는 1층의 이탈리언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마르지아’에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와 사우나와 계약을 맺어 투숙객들이 사용할 수 있다.
모던하고 세련된 주위 환경을 선호한다면 추천하기 어려울 듯하다. 주위에 공구상과 자재상들이 늘어선 이 호텔은 적당히 번잡스럽고 거친, 그러면서도 당당하고 푸근한 완차이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41 Fleming Road, Wanchai, Hongkong